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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우리 오빠 멋지죠?!

너의 덕질을 이해하는 덕질선배

by 냥냥별

꺄~ 우리 오빠 멋지죠?!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너무 멋지지 않나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너무 웃기지 않나요?


언젠가부터

네 휴대폰에 그의 사진이 쌓이고

본능적으로

네 덕질이 시작됨을 느꼈다


너를 통해서 자주 만난 그에게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버렸다


그의 앨범을 사주고

그의 포카를 사주며

행복해하는 네 얼굴에

흐뭇해지는 내 입꼬리


엄마도 그런 존재가 있단다

아빠와의 사랑 같은 건 아니지만

지친 일상에서 미소 짓게 만드는

만날 수 없어 더 애틋한 그런 존재가 있단다






나의 연예인 덕질은 중학교 2학년쯤에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때 주위 친구들이 모두 H.O.T 와 젝스키스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왜 연예인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오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을 TV에서 보는 순간부터 나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고, 그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서 매일 그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그가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을 녹화까지 해가며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보았다. 그때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외동에다가 조용한 성격이었던 나의 힘든 사춘기에, 그저 보는 것 만으로 나를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동안 열심히 덕질을 하다가 현실 남자친구도 생기고 그 가수도 활동이 뜸해지면서, 나의 덕질 생활은 그렇게 조용히 끝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던 바쁜 일상 속 어느 날, 다시금 나를 미소 짓게 하는 누군가가 또 찾아왔다. 물론 사춘기 시절만큼의 열정과 노력까지는 아닌 조용하고 소소한 덕질로 변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혹은 작품에 따라 애정을 쏟는 상대가 바뀌기도 한다. 이런 연예인에 대한 애정은 남편과 아이를 향한 사랑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 듣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은, 피곤할 때 먹는 달달한 간식과도 같다. 그래서 나는 연예인 덕질 또한 경제적 시간적으로 일상생활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은 선에서라면, 낚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일종의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사춘기에 접어든 딸도 보이그룹 멤버 몇 명을 좋아하며 수시로 나에게 그들의 활동을 보여주곤 한다. 나도 이미 다 겪은 일이라 나는 관심을 가지고 반응해 주려 애쓰고 있다. 특별한 날에 포토카드를 사주거나, 좋았던 영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하게 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엄마의 끝나지 않은 덕질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아들은 왜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를 좋아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딸은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열심히 멋진 작품을 꾸며 보내주거나, 같이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애엄마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가끔씩 철없는 엄마모드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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