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인 우리 아이들에게서, 엄마 아빠 옷자락을 붙잡고 놀아달라고 징징대는 모습은 이제 거의 보기 어렵다. 우리와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훨씬 재미있을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4학년인 둘째는, 친구들과 약속이 없을 땐 종종 나에게 같이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요구하기도 하고, 장 보러 가거나 할 때 자주 따라붙는다. 그런데 첫째는 같이 나가자고 애원을 해도 웬만해선 따라가지 않고 혼자라도 집에 남는 걸 선호한다. 아들이 그럴 때 조금 섭섭할 때도 있지만, 사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놀아줘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어 좋은 점이 훨씬 많다. 그만큼 우리를 위한 시간을 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순간은, 넉넉히 받은 용돈으로 친구들과 모여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 때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놀러 나간 날은 되도록이면 늦게까지 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날의 귀가시간을 가지고 나와 팽팽한 협상을 하게 된다. '엄마, 몇 시까지 들어갈까요?'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정해진 시간으로 대답하지만, 아이들은 1시간, 혹은 30분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온갖 사유를 갖다 붙인다. 오늘은 친구 생일이라서, 친구 한 명 학원이 늦게 끝나서,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기로 해서 등등 간절한 사연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초등학생이라 너무 늦게 집에 오는 것은 부모로서 걱정이 되는 일이다. 물론 옛날과 달리 휴대폰으로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지만, 무서운 일들은 더 많이 늘어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적당한 선에서 시간을 조금 늘려주고, 그 외에는 정해진 시간을 고수한다. 그리고 아무 연락 없이 그 귀가시간을 어길 시엔 다음번에 불이익을 준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이런 엄마와의 약속을 비교적 잘 지켜주고 있어 참 기특하다. 물론 초반에 더 놀고 싶은 욕심에 몇 번의 약속 불이행으로 나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효과이기도 하다. 어쨌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이해하고, 친구와 더 오래 놀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어릴 때도 집 앞 운동장에서 엄마가 밥 먹으라고 찾으러 올 때까지 놀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실수를 딛고 이제는 친구의 요구도 적당히 거절할 줄 알고, 더 놀고 싶은 마음도 조절할 줄 아는 것 같다. 그리고 혹시 늦어질 일이 발생했을 때는 미리 나에게 연락을 하는 것도 잘 지키고 있다. 엄마 손을 잡지 않고서는 집 밖에 나가 놀지 못하던 꼬맹이들이, 어느새 혼자 집 밖을 나가고, 친구들과 버스도 타고, 식당에 가서 밥도 먹는다는 것이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