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혼밥 하는 이유
심심한 주말은 싫어요 ㅠ.ㅠ
그녀가 혼밥 하는 이유
깨졌다!
갑자기 친구와의 약속이
그럼 우리의 즐거운 일요일은?
그럼 우리의 맛있는 마라탕은?
엄마 아빠도 없는 일요일 오후 우리 집엔
축구 보느라 정신없는 오라버니
낮잠 자느라 관심 없는 고양이님
나가자!
마라탕이 너무 먹고 싶어서인지
밖으로 너무 나가고 싶어서인지
혼자서 씩씩하게 마라탕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
쭈뼛쭈뼛 주문을 하고
멀뚱멀뚱 주위를 보다
결국엔 내 절친 휴대폰 화면과 마주 보지만
마라탕 나왔습니다!!
사장님이 친절한 미소에 따라 나온
얼큰하고 알싸한 국물을 한 입 들이켜면
캬~~~~~ 혼밥 이거 별거 아니네
우리 귀여운 둘째 아가씨가 이렇게까지 큰 줄 몰랐다. 벌써 4학년이지만 동그란 얼굴과 통통 튀는 애교로, 아직도 나에겐 아기 같아 보이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겠다고 허락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아이가 밖에서 혼밥이라니? 그것도 편의점에서 라면 정도가 아니라, 식당에 혼자 가서 밥을 시켜 먹고 온다는 것이다. 남편과 함께 일 때문에 나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일주일 전부터 일요일 점심에 만나 마라탕을 먹고 이것저것 하고 놀기로 세 친구가 약속을 했는데 그것이 갑자기 깨져버렸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할 시간을, 평일동안 기대하며 기다리던 딸의 모습을 봤던 나는 아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마라탕에 빠져 있는 딸내미는 꼭 그날 그것이 먹고 싶었을 것이고, 심심한 집보다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어린 네가 혼자 가는 건 좀 그러니 오빠랑 같이 갔다 오라고 권유했지만, 역시나 귀차니즘에 빠진 오빠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럼 배달시켜줄 테니 집에서 같이 먹는 건 어떠하냐고 다시 한번 찔러보았으나, 그녀는 단호했다. 오늘은 나. 가. 서. 먹. 고. 싶. 다. 고. 남편은 그래도 안된다며 그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딸내미의 속상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싶었고, 그것은 크게 위험한 일도 아니었기에 첫 혼밥의 경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을 설득하여 딸에게 조심히 갔다 오라는 답장을 보냈다.
나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자마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첫 가게 혼밥 경험담을 빨리 풀어보라고 졸랐다. 정말 대단하다는 엄지 척을 날리면서 말이다. 사실 나는 가게에서 혼자 밥 먹는 경험은 딱 한 번밖에 없다. 그렇게 밥을 먹는 것은 내 성격엔 좀 불편해서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은 다른 손님들이 있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라탕이 나오고부터는 너무 맛있어서 먹는데 집중하느라 괜찮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길에 다*소에 들러서 사 왔다며 가족들의 선물을 꺼내는 게 아닌가. 이게 왠 거냐고 물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소화도 시킬 겸 쇼핑을 하러 갔다고 했다. 엄마 귀걸이에서 고양이 장난감까지, 특별한 날도 아닌데 본인의 용돈으로 사 온 소소한 선물들을 보니, 우리가 허락한 혼밥을 먹고 먹구름이었던 기분이 맑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을 고려한 그 선물들 속에서 가족에 대한 아이의 사랑이 느껴져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런 엉뚱 발랄하면서도 속은 진국인 아이를 나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