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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어요

힘들어도 재밌어요~^----^

by 냥냥별

잘하고 싶어요



보여주고 싶어요

한 번도 안 걸리고 2단뛰기 100번


예쁘게 정리한 앞머리가

땀에 절어 엉망이 되는 것쯤은

야근하는 아빠처럼

어둠 속에서 집으로 오는 것쯤은


잘하고 싶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기술


집에 도착하면 거실에서

바로 누워 버리고 싶은 것쯤은

다리가 후들 두들

발목이 시큰시큰 조금 아픈 것쯤은


괜찮아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우리 딸이 3학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거의 매주 금요일마다 아이들이 놀러 가기 때문에 자라는 걸 늘 지켜보셨던 어머니께서(아이들 할머니) 나에게 넌지시 말씀하셨다.


"00 이 운동을 좀 시켜야 할 것 같아."


아이는 친구들과도 잘 뛰어놀고 평소에 춤추는 걸 좋아해 틈나는 대로 영상을 보며 춤을 추곤 했기에, 활동량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면서 밥도 골고루 잘 먹는 편인데, 사실 간식은 더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약간 통통한 정도였기에 벌써부터 살을 빼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친구들보다 조금 작은 키와 살짝 나온 뱃살에 효과가 있을 것 같아, 할머니가 추천한 줄넘기 학원에 보내게 되었다.


아이는 한 두 달 다녀보고 너무 싫으면 그만둬도 된다는 엄마와 할머니의 설득에 흔쾌히 줄넘기 매일반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갑자기 매일 운동하러 가는 것도 낯선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아이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안 간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가르쳐주셔서인지 아이는 금방 학원에 적응했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가족들에게 자랑하듯 보여주곤 했다.


그렇게 1년을 다니고 4학년이 되어서도 아이는 계속 줄넘기를 배우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제는 선수반에 들어가고 싶다고 나를 졸랐다. 선수반이 되면 대회나 공연을 위해 연습량도 더 많고, 수업시간도 저녁 7시로 바뀌어서 8시 넘어 집에 와서 저녁을 먹게 된다. 그래도 좋다는 딸을 위해 나는 저녁을 두 번 차리는 수고를 감수하고 허락하였고, 대신 언제든 힘들면 다시 취미반으로 바꾸자고 말해 두었다. 그러면서 조용히 지켜보니 줄넘기를 향한 아이의 열정은 대단했다. 집에 늦게 오면 학습지와 학교 숙제를 할 시간이 없으니 학원 가기 전에 미리 끝내라는 엄마의 말을 잊지 않고 잘 지키고 있었고, 정규 수업시간 외에도 학원에 미리 가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발목이 조금 아프다는 딸의 말에 나는 당장 며칠 쉬라고 했지만, 아이는 괜찮다며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이렇게 무언가에 빠지면 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열심히 하는 아이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때론 뭉클하기도 하다. 그리고 줄넘기를 하면서 많이 건강해지고(뱃살도 빠지고ㅎㅎ), 키도 커지고, 성격도 더 밝아진 것 같아 엄마로서는 대만족이다. 이런 딸의 줄넘기 사랑이 언젠가는 또 시들해질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충분하다. 아이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분야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 없이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꼭 진로나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뭔가 하면 즐거운 것, 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나의 일상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노력할수록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는 성취감은 나의 자존감을 올려주면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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