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귀찮아요
점점 우리랑 나가지 않는 아들
아무튼 귀찮아요
아빠가 소파를 좋아하는 이유
엄마가 눕는 걸 좋아하는 이유
나와 똑같을지 모르겠지만
눕기만 하면 울어댔다던 내가
밖으로 가자 때를 썼다던 내가
지금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집이 좋아요
폰과 라면과 소파만 있다면
혼자 즐기는 소소한 행복
아무튼 나는 귀찮아요
아무튼 나는 쉬고 싶어요
아무튼 나는 눕고 싶어요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번 주말엔 뭐 하지?'가 매주 평일동안 나의 고민이었다. 잘 먹고 쑥쑥 자라면서 넘쳐흐르는 그들의 에너지는, 집 안에서만 놀게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평일은 그나마 어린이집에서 하루종일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오기 때문에, 집으로 가는 길에 놀이터에 들러 잠깐 놀다 가면 되니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내가 너무 피곤한 날은 시간을 단축하거나 생략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출근하지 않는 주말은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야 하는데, 늘 심심한 아이들은 엄마가 조용히 쉬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내 손을 잡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 놀자고 조르는 보들보들하고도 작고 귀여운 그 손에, 엄마의 마음은 늘 흔들리고 말았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주말에 아이들과 나들이 갈 곳을 찾았다. 공원이나 산, 바다, 캠핑장, 각종 축제가 열리는 곳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 곳을 찾아 남편과 의논 후 주말엔 웬만하면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일단 밖으로 나가면 이곳저곳 구경하고 뛰어다니며 잘 놀았다. 그래서 집 안에서만 놀아주는 것보다 오히려 우리 부부에게도 수월한 하루였다. 하지만 대신 푹푹 쌓이는 피곤함은 감수해야 했다. 우리도 주말엔 거실에 누워 뒹굴면서 쉬고 싶은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고,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고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휴대폰'이란 최고의 장난감이 생기면서 집 안에서 노는 것도 별로 지루해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외출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는 우리 둘만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못 했던 각자의 취미 생활도 하나둘씩 할 수 있게 되어 좋긴 하다. 하지만 어떨 땐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은 다 같이 나들이하고 싶은데,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안 된다거나 귀찮아서 나가기 싫다거나 하는 대답을 들으면 말이다. 딸내미는 그래도 약속이 없을 땐 아직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따라붙는 걸 좋아하는데, 아들은 좀처럼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해도 그냥 집에서 시켜 먹으면 안 되냐며 소파에 드러눕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벌써 아저씨가 된 것 같다.
물론 단순한 귀차니즘을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만나면 오전에 나가 저녁 늦게까지 놀다 오는 걸 보면 이제 내 품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힘들어도 열심히 놀아줬던 것처럼, 아이들도 예의상 한 번씩은 우리랑도 놀아주면 좋겠다. 비록 친구들과 있는 것만큼,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것만큼 재미가 없더라도. 그리고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 틈틈이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것,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고 있는 엄마 아빠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