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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울지 않는 너에게

아직 어리광 좀 부려도 되는데...

by 냥냥별

아파도 울지 않는 너에게



아프면 빼액빼액 울음을 터뜨리던

그 안쓰러운 아가는 어디 있나요?

그 곁에서 어쩔 줄 몰라 발 동동 구르던

그 안쓰러운 엄마도 어디 있나요?


약 먹자면 징징징징 짜증을 내던지던

그 까칠하던 아이는 어디 있나요?

그 곁에서 어쩔줄 몰라 한숨만 내쉬던

꺼칠해진 엄마도 어디 있나요?


긴긴밤 끙끙 앓아도

짜증 한 번 없이

고분고분 약을 삼키는


어른도 힘든 통증에도

그저 병원에 가자

엄마 손잡아 이끄는


이 어른 같은 어린이는 어디서 왔나요?

그 곁에서 그 모습이 더 마음 아픈 엄마는

어떡하나요?





엄마가 되면, 내 몸이 아플 때보다 아이가 아플 때가 더 힘들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잘 달래어 약도 먹여야 하고, 때로는 밤을 새우며 열이 오르는지 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픈 아이의 불편한 기분까지 오롯이 받아주고 다독여 줘야 한다. 그리고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자체가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부모들은 그런 아이를 보며, 내가 대신 아픈 게 낫다고 말하곤 한다.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기'시기에는 아프면 울기만 하기 때문에,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엄마인 내가 잘 살피고 대처해야 했다. 특히 열이 많이 날 때는 밤새 온도를 재고,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이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말을 할 수 있는 유아기에 들어가서도 크게 나아지는 건 없었다. 밤새 아이를 살피고 간호하는 건 변함없는 일이고, 입맛이 없어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약 먹기 싫어 짜증을 낼 때, 그걸 어르고 달래는 일도 내 몫이었다. 그리고 워킹맘인 나에겐,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못 가는 것도 큰 문제였다. 회사에 말하고 결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크면서 이런 상황도 조금씩 달라졌다. 크게 아픈 건 거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계절 바뀔 때 걸리는 감기 정도는 약만 지어먹으면 며칠 내로 낳았다. 그래서 내가 결근을 하고 아이를 간호할 일도 크게 줄었다. 약도 이제 스스로 알약을 삼킬 정도라 먹이는 데 진을 빼지도 않는다. 그런데 최근, 6학년 아들이 급성 편도선염으로 오랜만에 정말 많이 아프게 되었다.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목이 부어 밥도 못 먹는 탓에 처음으로 학교도 결석해야 했다. 그래도 혼자 집에서 쉴 수 있다고 해서 난 평소대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병원 진료를 받고 며칠간 약을 꼬박꼬박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상급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도 아이는 아프다고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입원 후에도 혼자 있을 수 있으니 나에게 집에 가서 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아이를 보니 언제 이렇게 컸는지 대견하면서도, 그 아픔을 조용히 참고 견디는 게 안쓰러웠다. 아직 조금은 엄마한테 짜증 내도 되는데, 조금은 더 엄마한테 어리광 부려도 되는데. 아플 때는 한 번씩 그래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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