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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고 가는 길

너의 키가 클수록 내 품에서 멀어져 간다

by 냥냥별

손 잡고 가는 길



너와 손 잡고 걸어가는 게 좋았어


고개 돌리면 아무것도 안 보여도

보들보들 네 손 만지는 게 좋아서

그렇게 손 잡고 둘이서

처음으로 학교에 갔어


너와 손 잡고 걸어가는 게 좋았어


고개 돌리면 너의 정수리만 보여도

재잘재잘 네 이야기 듣는 게 좋아서

그렇게 손 잡고 둘이서

시장으로 장 보러 갔어


아직도

너와 손 잡고 걸어가는 게 좋은데


고개 돌리면 너의 얼굴이 보이고

깍지 끼면 꽉 차는 네 손이 좋아서

그렇게 손 잡고 둘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데


손 잡는 게 싫어서

말하는 게 싫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는 네 손을

차마 못 잡고 그렇게

그냥 그렇게 걸어가고 있어




우리 아들의 키를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적어도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그랬다. 어린이집 시절에는 반에서 항상 작은 편에 속했고, 초등학교 입학해서도 학교 행사를 가보면, 다른 친구들의 키가 더 커 보이곤 했다. 나보다 더 걱정이셨던 할머니께서는 한약까지 지어 주시기도 했었다. 부모인 우리의 키가 엄청 큰 편은 아니라서 유전적으로 한계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성장을 위한 주사를 맞게 하거나 약을 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밥을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정도로 만족했다. 그러면 어느 순간 훌쩍 커서 우리보다는 발전된 피지컬을 보여줄 거라 믿었다.


다행히 5학년때부턴 눈에 띄게 크기 시작하더니, 6학년인 지금은 나랑 거의 비슷할 정도로 키가 커졌다. 신발 사이즈도 나보다 크게 신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어디까지 자기 머리가 오는지 재어 보고 가던 아이는, 이제 마주 보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설레는 위치에 서 있다. 그리고 동시에 까불까불 귀엽던 아들은, 굵은 목소리에 여드름이 보이는 시크한 남성이 되어버렸다. 키가 크는 것은 정말 좋은데 어린 시절의 귀여움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왠지 아쉽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아이를 붙잡아 기저귀를 갈면서 '언제 다 키우지?'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 서운할 지경이다.


내가 아쉬운 것 중에 하나는 이제 내 손을 잡고 걷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내가 동생 손을 잡는 것에 질투하던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내 손을 잡지 않게 되었다. 손이 너무 작아 내 손가락을 잡을 때부터, 나는 점점 아이 커져가는 것을 손을 잡으며 아이가 크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꼈다. 그런데 어느덧 내 손과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무렵부터 손 잡기를 싫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나도 선뜻 그런 아들의 손을 잡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둘이서 어디 가는 길이면 나란히 걷기라도 하고 싶은데, 먼저 앞에 가거나 뒤에 떨어져 올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아이를 기다려 어떻게든 같이 걸어가려고 애쓴다. 아직도 재잘재잘 말이 많은 동생과는 달리 말수가 줄어든 아들에게, 이제 내가 자꾸만 화젯거리를 던져 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우리 집만 그런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여기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안아줘야 뽀뽀해 줘요 하던 아이가 점점 멀어져 감을 느끼게 되는 건 말이다. 아직은 내가 안아주는 것을 밀어내지 않고, 가끔씩 백허그도 해주는 아들이기에, 그래도 나는 행복한 엄마라고 생각하고 싶다. 아이들의 성격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우리 아들이 그리 다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이 아이와 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엄마이기에, 오늘도 한 걸음 더 옆에 붙어서 걸어가며,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 이야기로 한 마디의 대화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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