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의 소중함
큰일 났어요!!
눈썹 보이는 바가지머리
큰일이에요!!
이틀 후에 학교 가는데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다시 시간을
거슬러 가고파
눈썹 덮어서 자르라고 했는데
눈썹 보여서 속상하다 하니까
할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엄마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뭘 해도 멋지다지만
사실 난 머릿빨이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윙윙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밖에 나갈 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매일 편한 추리닝에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가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머리를 감고 학교에 가는 것을 보고 나는 깨달았다.
'아, 우리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구나!'
옷 입는 스타일은 여전히 편한 걸 추구하지만, 이젠 내가 골라주는 대로만 입지는 않는다. 그래서 구입하기 전에 몇 개를 골라 보여주고 선택해 달라고 해야 한다. 요즘은 후드티에 꽂혀 주야장천 그것만 입는다.
딸도 마찬가지다. 다만 딸은 더 어릴 때부터 꾸미는 걸 좋아했고, 클수록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뀌어가고 있다. 어린이집 시절 샤방샤방하고 공주공주한 옷을 좋아하던 아이는, 이젠 힙합 느낌의 바지와 크롭티를 좋아한다. 그런데 두 아이 모두 가장 고집스럽게 물러서지 않는 부분은 바로 앞머리다.
아이들은 헤어스타일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는 것에는 크게 거부감은 없다. 긴 머리도 했다가 짧은 머리로 잘랐다가, 간간이 펌도 해보고 약간의 염색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앞머리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 무조건 눈썹을 덮어야 한다. 아니, 그들이 만족하는 길이는 눈을 찌를락 말락 하는 길이인 것 같다. 앞머리가 짧아질수록 못생겨 보인다고 느끼는 걸까? 그런데 엄마로서는 그걸 보고 있기가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자르자고 하면 괜찮다며 자꾸 미루기 일쑤이다.
그러다 집에서 내가 잘라줄 때가 되면, 신신당부를 한다. 제발 눈썹 덮는 길이로 잘라 달라고. 그러면 금방 또 길어져서 얼마 안 되어 또 잘라줘야 한다. 그래서 넌 짧은 앞머리도 귀엽다고 설득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엄마, 그런 건 아기들이나 귀엽죠."
아닌데. 난 아직도 귀엽던데. 내 눈엔 너희가 아직 아기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