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꼬륵꼬륵
배 속에서 소리가 난다
꼬르륵
이상하다 아침 먹고 왔는데
꾸르르륵
점심시간 아직 멀었는데
밥 달라고 요동치는 나의 배
쉿 수업시간이야
쉿 조금만 참아줘
꿀꺽꿀꺽 물을 주며 달래 보지만
꼬륵꼬륵
참 말 안 듣는 얄미운 녀석
요즘 직장인들 중에 아침을 안 먹는 게 습관이 된 사람들이 많다. 우리 남편도 그러하다. 덕분에 나는 아침 차려주는 일을 하나 덜어서 너무 좋지만, 바빠서 한 번씩 점심도 거르거나 대충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번씩 간단하게라도 챙겨줄까 물어보면, 이미 오래 습관이 되어서 잘 안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우리 남편도 성장기 시절에는 분명 아침을 챙겨 먹었을 것이다. 나는 잠을 더 자고 싶더라도 부모님께서는 뭐라도 먹이기 위해 억지로 깨우기 때문이다. 나도 늘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아침을 먹고 컸으며, 지금도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먹어야 하루의 시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늘 아침이 바쁜 워킹맘이지만 아이들의 아침밥은 꼭 챙겨주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차려주셨던 것처럼 밥, 국, 반찬이 있는 아침상을 매번 차려주기는 힘들다. 요즘 아이들은 매번 똑같은 것을 먹는 것을 질려하기도 하고, 아침에 자는 아이를 깨워서 빠른 시간 내에 먹이려면 간편한 음식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밥, 빵, 시리얼, 떡, 만두 등 종류를 바꿔가며 준비한다. 고맙게도 우리 아이들은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일어나서도 차려진 음식을 잘 먹어주는 편이다. 어떤 때는 눈을 감고 우걱우걱 씹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뭐라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론 아이들의 아침잠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갔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 빨리 배가 고파졌다. 성장기라 칼로리 소모가 빨리 되는 건지, 점심시간은 아직도 멀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냥 배만 고프면 참을 수 있는데, 그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게 나는 너무 싫었다. 조용한 수업시간이나 시험시간에 그러면 더 부끄러워진다. 친구들이 내 배에서 나는 소리를 다 듣고 웃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더 든든히 아침을 먹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중고등학생이 되고서는 학교에 매점이 있어, 참기 힘든 날은 쉬는 시간에 간식을 사 먹으면서 배를 달래기도 했다. 나의 그런 경험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아침을 더 잘 챙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직장인이 된 지금도 10시~11시쯤 되면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성장기는 벌써 진작에 끝난 상태인데, 몸 관리 한다는 명목으로 아침을 너무 적게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배에서 소리가 나려고 하면, 서랍에 저장되어 있는 간식이나 차를 마시며 배를 달래고 한다. 곧 점심을 줄 테니 조금만 조용히 참아달라고 말이다. 그러면 간식을 먹지 않게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오면 될 텐데, 그러면서도 매번 아침이 되면 다시 적게 먹는 것을 택한다. 당장 배부른 것을 허용하지 않는 나에 대한 자존심일까? 내 배를 단련시키도 길들여보려는 욕심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