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시면 생각한다. '집에 가서 얼른 이것부터 다 하고 놀아야지!' 하지만 집에 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못 한 게임도 해야 하고, 유0브도 봐야 하고, 친구들이랑 끝없는 카0 대화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앞선 이유는 하. 기. 싫. 어. 서. 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래도 J형 인간이라 그런지, 어릴 때부터 모든 숙제나 할 일을 다 끝내놓고 노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이 놓였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늘 오늘의 할 일을 다 끝낸 후에 자유시간을 주고 있다. 저학년 때는 매일매일 써 오는 알림장을 펼쳐 같이 확인하고 숙제를 체크했다. 고학년으로 접어들면서는 아예 알림장을 보여주지도 않고 본인들이 알아서 하지만, 학교앱에서 날아오는 메시지로 숙제나 공지사항을 나 혼자 체크하곤 한다. 그래서 오늘 숙제가 있는데 저녁 먹기 전에 딴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너 오늘 00 숙제 있던데...' 하고 언질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 네, 이것만 하고요."
하지만 '이것'이 길어지면 끊어줘야 한다. 재미있는 그것을 하다 보면 계속하게 되고, 그러다 씻고 밥을 먹고 나면 또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조용하길래 숙제하는 줄 알고 들어간 딸 방에서, 책상에 앉아 입 벌리고 자고 있는 딸내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방학인 지금도 그렇다. 한 달 반이나 되는 긴 방학이 시작될 때, 그까짓것 다 할 수 있다고 장담하셨던 아드님과 따님은, 방학이 일주일 남은 지금까지 숙제를 완료하지 않으셨다. 뭐 방학 숙제는 일주일 전에 몰아서 하는 게 제맛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많은 시간 동안 왜 빨리 안 끝내고 미루고 있는지 엄마로서는 답답하다. 이제 둘 다 고학년이라 숙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하라고 잔소리를 참고 참았지만, 아직 안 했다는 말을 들으니 또 입이 근질근질해서 결국 한 마디하고 말았다.
그런데 능글능글한 말투로, 다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아들을 보니 웃음이 터졌다. 그래, 미루고 미루다 하든 일찍 하든, 어쨌든 숙제를 다 하고 제출하면 문제는 없겠지. 그래도 엄마 속이 터지지 않도록 조금 더 일찍 해줄 수는 없겠니?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