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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Aug 15. 2024

비밀

사랑하지만 사랑한다 말할 수 없어요.

비밀



쉿, 비밀이야     

사실 아빠가 잘생겼다는 거

사실 아빠가 나보다 축구 잘한다는 거

사실 아빠가 장난치면 재밌다는 거

사실 아빠가 늦게 오면 걱정된다는 거     

내가 이런 말 했다는 거

쉿, 아빠한텐 다 비밀이야  





  

  엄마가 되어서 보는 우리 집 아빠와 아들의 관계는 참 재밌다. 사실, 그동안 내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본 부자관계에서, 다정하거나 살가운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연애하면서 남편에게 들었던 실제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가장 많이 부딪히기도 했고,  아직도 좀 불편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손자에게 대하는 아버지의 표정과 태도를 보고, 정말 놀라움을 금지 못하였다. 자기는 어릴 때 본 적이 없던 모습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와 정말 친구같이 잘 지내왔던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은 성별의 가족끼리는 통하는 것도 많고, 의논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서 더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내가 아들, 딸 두 성별의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내 생각과는 다름을 느끼게 되었다. 딸내미와 나는 사소한 것까지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그저 친밀한 관계이지만, 남편과 아들은 친한 듯 안 친한 듯 한 관계로 보인다.


  남편은 본인과 아버지의 경험 때문에, 우리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잘 놀아주고 서로 좋아하는 취미도 함께 하면서, 사춘기가 와도 멀어지지 않은 사이가 돼 보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남편은 아이들에게 옛날 아버지들의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는 나보다 더 엄하게 훈육했지만, 평소에는 친구처럼 놀아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나보다 더 요리도 잘해주는 가정적인 아빠였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원하는 것처럼 아들과의 관계과 딸과 별 차이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들은 자라면서 달라졌다. 나에게는 아직도 백허그를 해주고 곁에서 안고 자는 애기같은 아들이지만, 아빠에게는 그렇지 않다. 어린이집에서 학교로 넘어가던 시절에는 아빠를 라이벌로 여기는 것처럼 질투가 심해서 엄마랑 붙어 있는 것을 싫어했다. 장난으로 아빠가 더 잘생겼다고 말하면 삐지기도 했다. 초등학생이 되고 더 크면서 삐지는 태도는 없어졌지만, 오히려 아빠를 놀리기도 한다. 그리고 뭔가 잘하는 것을 나에게는 보여주지만 아빠에게 보여주는 것은 부끄러워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말수도 부쩍 줄어들고 어디 같이 가는 것도 귀찮아한다. 아들이 크면 둘이서 낚시도 다니고 캠핑도 갈 거라던 아빠의 꿈은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우리 아들이 아빠를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꼭 아들이라서 그렇다기 보단, 성격의 차이인 것 같다. 딸내미는 누구한테나 다정하고 잘 챙기는 성격이고, 아들은 해야 하는 건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완전 대문자 T 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시동생의 경우, 같은 아들이지만 부모님께 훨씬 다정하다. 내가 남편의 입장이라면 그래도 조금 섭섭할 것 같아, 한 번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남편은 의외로 덤덤했다.

  "사춘기 아들이 아빠에게 이 정도로 대하는 건 성공한 거야."

그렇다. 우리 남편은 실패하지 않았다. 게임할 때는 누구보다 둘이 잘 맞고, 서로 놀리는 것도 노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구시렁대면서도 아빠 대신 밥상을 치워주기도 한다. 표현을 못 할 뿐, 아들은 아빠를 분명히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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