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밀가루 같은 얼굴로
내 동생 손 잡고서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덜덜 보라색 입술이 될 때까지
둥둥 떠 있던 아기 오리들
토마토 같은 얼굴로
따뜻한 어묵 먹고서
어느새 다시 물속으로 풍덩
아빠 손에서
대포처럼 날아가면
무섭지만 재미있는 신기한 기분
깨끗이 씻고 거울을 보니
하얗고 잘생겼던 나는 어디로 갔지?
고구마 같은 얼굴로
베개에 머리를 대면
순식간에 꿈속으로 풍덩
요즘 같이 푹푹 찌는 날씨에는 시원한 에어컨 밖으로 나가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시원한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보며 쉬는 게 제일 좋은 피서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여름엔 또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안 하고 지나가긴 아쉽긴 하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은 덥더라도 나가서 물놀이는 몇 번 해줘야 제대로 여름 방학을 즐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에 민감한 특히 체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 외에는, 물놀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아이들을 위해 물놀이를 하러 갔다가도, 같이 놀다 보면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처럼 장난치며 놀게 된다. 수영을 못 해도 굳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바닷가 근처에 살면서도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지만, 튜브와 구명조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바다에서든, 계곡에서든, 수영장에서든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 그 시원함에 더위에서 해방된 기분이 든다.
그러다 몸이 추워지면 한 번씩 밖으로 나와 간식을 먹으며 다시 몸 온도를 올려야 하는데, 더 오래 놀고 싶은 아이들은 춥지 않다며 물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입술을 보라색이 되고 몸은 덜덜 떨면서도 말이다. 그럴 땐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보여주거나 집에 빨리 갈 거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억지로 데리고 나온다. 막상 나와서는 간식이든 밥이든 엄청 잘 먹게 된다. 물놀이가 체력 소모가 꽤 많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뛰거나 걷는 것보다 물속에서의 움직임은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서인지, 물속에서 노는 동안은 힘든걸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 안에서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 오늘도 꽤 신나게 놀았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지곤 한다. 나갈 때 준비하고 돌아와서 정리하고 빨래하는 노동은 기꺼이 할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내겐 행복인가 보다. 이래서 나는 아직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