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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쑤 May 10. 2016

사하라 사막에서 있었던 일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모로코

            

프랑스인 가족들

모로코의 사막 마을인 메르주가에 있는 알리의 집에서 사막 투어를 신청하고, 아침에 다같이 출발한 팀이 있었다. 그 전날 사막 투어를 했다던 한국에서 온 커플 분들은 아무도 없어서 자기들끼리만 사막에서 하루를 묵었다고 했는데 나는 운이 좋은건지 일행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온 가족들이었다.

1. 키가 아주 컸던 아저씨(분명 2미터가 넘는다), 아주머니(이 분도 180cm는 되어 보였다), 8살 짜리 남자 아이, 5살 짜리 쌍둥이 2명 가족
2. 인자하게 웃으시던 아저씨, 가장 말을 많이 못 섞어 본 아주머니, 초등학생 고학년이었던 여자 아이, 저학년이었던 남자 아이

이렇게 총 두 가족이었다. 처음에는 친인척 관계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아저씨와 아주머니 전부 모로코에서 불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셨다. 다같이 휴가를 맞아 사막을 보러 왔다고. 3년 쯤 살았다고 들었는데, 어린 애들을 데리고 이런 곳에 올 생각을 하신 것 자체가 멋졌다. 사막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자니 그야말로 자연과 하나된 것 같은 느낌.

2번 가족의 여자 아이는 사막 한복판에서도 책을 읽느라 바빴고, 남자 아이는 속이 안좋아 내내 침대에 있었다. 날 즐겁게 해준 건 1번 가족의 꼬마들이었다.

아이들은
- 숙소 안에서 베르베르 악기를 가지고 작은 연주회를 열어주고
- 음악에 맞춰 신나서 한껏 춤을 추고
- 불어도 못하는데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고 (내용이 너무 순진해서 귀여웠다.)
- 모래 언덕을 올라갈 때는 내 손을 꽉 잡고 이끌어주지를 않나
- 샌드보드를 탈 때도 내가 힘들어서 한복판에 앉아있으면 말똥말똥한 눈으로 날 기다려줬다.

투어를 같이 한 부모 분들은 여러 빈국을 옮겨다니시며 불어를 가르치고 계셨다. 가나에 오래 살았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참 신기한게 어딜 가나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 한국 기업들 얘기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이 부부의 친척 중에는 한국의 기아차에서 일하신다는 분도 계셨다. 한국의 기술력이 대단하다며 엄청 칭찬들을 늘어놓으시더니 나중에는 '아는 프랑스 기업은 없니?'라고 초롱초롱한 얼굴로 물어보셨다. 샤넬이나 입생로랑 같은 패션, 뷰티 브랜드들밖에 얘기하지 못했지만 내 대답에 굉장히 흡족해보이셨다.

동행했던 가족들


사막 숙소에서 차를 마시던 꼬맹이 3인방


댄스타임


좀 컸다고 형은 나중에야 합류했다.


제일 애기같고 귀여웠던..그만큼 다른 쌍둥이에 비해 어리광도 심했던 아가




베르베르인들과 낙타


베르베르인들은 옛날, 사막 근처에서 살았던 민족이다. 모로코 내에서도 베르베르어를 따로 쓴다. 물론 모로코에서 통용되는 아랍어는 다 기본으로 하지만. 나를 사막까지 끌고 와준 베르베르인들은 정말 친절했다. 또 낙타는 동물원에서만 봤지 실제로 보고 타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낙타가 일어설 때 기우뚱 하며 떨어질까봐 맘 졸이는 것도, 낙타가 모래에 발을 딛을 때마다 들썩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날 불편하게 했던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1. 바로 내가 낙타를 타고 있다는 사실.
낙타를 타는 게 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낙타에 누군가를 태우기 위해 낙타에게 재갈 물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좋다. 침을 질질 흘리며 재갈을 물고, 움직이기 싫어서 뚱-해있는 낙타를 보다 내가 동물을 학대하고 있나 싶었다.

2.  낙타 자체도 그렇지만 베르베르인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에서 누군가는 낙타를 끌고 길을 안내해야하기 때문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베르베르인들은 사막을 몇 시간이고 맨발로 누빈다. 10월 말 쯤 사막을 갔기 때문에 엄청 더운 날씨는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막 한 중간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하면 베르베르인들만 땀이 범벅이 된다. 낙타를 타면 상당히 높은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내가 아침 버스를 타고 마라케시로 가야하는 바람에 새벽 5시 쯤 사막에서 나와 다시 알리의 집으로 가야했는데, 나의 그런 스케줄을 맞춰 베르베르인 하나가 그 새벽에 캠핑장을 찾아왔다. 그러니까 3시 반 쯤 알리의집에서 출발해 사막 한복판까지 걸어 온 것이다. 잠에서 깨 기다리고 있는 나를 다시 낙타에 태우고, 그는 다시 걸어서 알리의 집으로 간다. 내 앞에서 낙타를 끌고 걷고 있는 그를 보자니 마음이 괜히무거웠다.

글쎄. 이렇게 내가 마음이 무겁다고 표현한 걸 위선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는 낙타를 타지 않거나, 베르베르인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거부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뭐 여러 방면에서 내 이 감정의 원인들을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봤던 것 같다.



재갈을 문 낙타






종교의 엄숙함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사막에서 새벽 아침에 다시 알리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동은 터오고 있어 하늘이 붉게, 보라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내 당장 눈 앞에는 모래 언덕들에 조용히 바람 자국이 새겨지고 있었다. 갑자기 낙타를 끌고 길을 안내하던 베르베르인이 멈춰섰다.

"기도할 시간인데,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나요?"

그는 이렇게 말하더니, 잠깐 날 세워두고는, 햇빛 때문에 빛나는 것 같은 황금빛 모래에 무릎을 꿇고 성지 메카를 향해 몇 번이고 기도를 했다.

IS 때문에도 그렇고 관심이 생겨서 이슬람교에 대해 많이 찾아봤었다. 하지만 그 무수히 많은 글보다 그가 새벽에 기도를 하던 바로 이 장면이 뇌리에 더 깊숙히 박혔다. 글로 읽을 때는 멀게만 느껴지던 종교가 비로소 진정으로 와 닿은 느낌이었다.

새벽에 날 데리러 와준 베르베르인


멀리 보이는 마을, 동이 터올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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