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다

C-PTSD에 대해, 그리고 희망찬 나의 이야기

by 정진

글을 적기에 앞서 먼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알아보자.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심각한 외상(마음에 큰 충격을 주는 경험)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로, 외상의 종류에는 전쟁, 자연재해, 교통사고, 화재, 타인이나 자신을 향한 폭력과 범죄 등이 있다.



-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Complex-PTSD)란?

지속적인 기간(수개월~수년) 동안 장기간 반복·연속적·탈출이 어려운 외상 노출 후 나타나는 장애로, 기존 PTSD에 정서조절, 부정적 자기개념, 대인관계 장애가 추가된다.

고문·노예제도·대량학살·강제 수용소 생존자·연속적 가정폭력·아동기 신체적 혹은 성적 학대 반복 등 극도로 위협적인 사건에 노출된 후 발생할 수 있다.



- PTSD와 C-PTSD의 차이는?

자연재해나 교통사고와 같이 단기간의 큰 충격이 원인이 되는 PTSD와는 달리, C-PTSD는 반복적이며 지속적인 외상 경험에 대한 노출이 원인이다.

스트레스 사건이 기저에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C-PTSD에서는 반복적인 외상 경험으로 인한 고통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으며, 자기비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ICD-11(세계보건기구 WHO가 개발한 국제질병분류 11번째 개정판)에서는 자기 조직화의 손상, 즉 자기를 조절하고 유지하는 내면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로 정의한다.




도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내용에 따르면

특히 6세 이하의 아동의 경우, 성인과 달리 아직 인지 발달이 진행 중이며 자기개념이 확립되지 않았고 자아기능이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인과는 달리 외상을 모두 잊어버릴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아동이 겪는 외상 사건 중 폭력이 동반될 때 아동은 더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라고 적혀있다.



이렇게 C-PTSD의 정의를 찾아보니,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정신 질환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나 6세 이하의 아동의 경우, 폭력이 동반된 외상이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성인과 달리 외상을 잊을 수 없다는 내용도 가슴이 아프다.





1. 서울대병원 정신과에 가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센터


나는 태아기(출생 전 자궁 내에 존재하는 시기)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학대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큼은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력을 다해 온전한 성품을 지키려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나는 비교적 나 스스로에게 한치의 부끄럼 없는 괜찮은 어른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러나 삶은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했던가.

작년 겨울, 새로 입사하게 된 회사에서 만난 나의 팀장은 꽤나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분이었고, 나는 그분과 함께 있을 때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이 뛰며 과도한 경계 상태 모드로 전환되었다.

또한 동료 직원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인지의 부조화를 느끼기까지 했다. 결국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해당 환경을 나오게 되었다. (퇴사를 했다.)




2.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진단받다.

도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 자신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서울대병원 정신과 내 트라우마 전문 교수님께 진료를 예약하였다.


상세한 예진과 여러가지 심리 검사 결과를 보신 후 교수님께서는 내게 "복합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맞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라며 말씀하셨다.

그렇게 난 의심만 했던 C-PTSD 질환을 확실히 진단받게 되었다.




3.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앞으로 이용할 서울대병원 진료카드


- 교수님: 살면서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으셨네요. 그래도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이 애써오신 것 같아요.

- 본인: 네 맞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계네요.

- 교수님: 진짜 한계인지 아닌지는 사실 알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계예요.'라는 확정적인 말이 아니라 '한계라고 느껴지네요.'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교수님께서는 단순한 위로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단호하게 말씀해 주셨고, 나는 짧았던 저 대화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인간이 얼마나 무한한 존재인데, 진짜 한계가 어디인지는 내 스스로 알 수가 없지. 내가 나의 한계를 단정 짓는 건 오만한 일이야.

정신질환을 진단받았다 해서 슬퍼하거나 무기력해할 일도 아니야.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30대 중반이면 어린 나이니, 아직 늦지 않았어.

라고.


병은 병일 뿐 내 자체가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 내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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