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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y 08. 2020

용인 66번 확진자님께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이름을 불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지의 유행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선 불안감에 더해, 주변의 질타로 인한 수치심과 죄책감, 억울함을 느끼고 계시지 않을까 염려하여 닿지 않을 위로의 편지를 올립니다.


 기사를 통해 선생님께서 사과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선생님은 불운한 감염 피해자일 뿐인데 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오랜 절제 끝 연휴를 맞아 잠시 친구분들과 어울리신 것 때문에 미안해할 이유도, 질타를 받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면 지금 떳떳하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몇 없겠지요.


 조용한 전파가 특징인 이 바이러스에 운이 없게도 노출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어떤 클럽에 갔는지 성적 지향이 무엇인지 그런 건 저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누구의 간섭을 받거나 공개될 필요 없는 본인의 사생활입니다.


 오히려 전 선생님께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자 즉시 병원을 찾았고 이후 집에서 대기했으며,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확진 후에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동선을 세세히 보고했습니다.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껄끄러울 수 있는 방문지까지 공개해주신 용기에 오히려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선생님께 생명을 빚졌습니다. 


 누군가 선생님의 동선에 과도한 관심을 갖고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채 손가락질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지 결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미 개인으로서 감당키 어려운 비난을 받으셔서 얼마나 상심이 크신지요. 이 짧은 편지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제부턴 다른 일 신경 쓰지 않고 치료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증상의 악화 없이 잘 이겨내시길, 곧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에 복귀하시길 멀리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0년 5월 7일

 남아공에서


--


덧. 코로나19에 대한 제 시각은 바로 이전글에  나와있습니다. 읽고 나시면 이 편지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66번 확진자 증상 발현 (5월 2일 밤) 후 동선


"A씨는 3일 정오쯤에는 수원시 연무동의 조은이비인후과와 대학약국을 방문한 뒤 귀가했고, 4일에는 자택에 기거했다.

5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의 조은이비인후과를 재방문했으나 휴진으로 진료를 받지 못했고, 곧이어 오전 11시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체채취를 받았다. 수원의 병원을 방문할 당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어 기흥구보건소 앞에서 차량 접촉사고가 발생해 보험사 직원을 만났고, 약국을 방문했다가 귀가했다.

A씨는 6일 오전 7시 55분 양성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이송됐다."

출처.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507500161#csidx2104cc79b4c49e281e559675c1ae1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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