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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y 09. 2020

"용인 66번 확진자 님께"에 대한 해명

댓글에 대한 답입니다.


 어제 쓴 글에 여러 분들께서 댓글을 주셨습니다 (링크). 의문들에 조금 자세히 답을 하는 게 예의일 것 같아 새로운 글을 씁니다.

 

 우선 따끔한 지적 감사하고 많은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죄송합니다. 오해와 오독은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숙명과도 같다지만, 독자에게 와 닿지 않는 글을 쓴 것은 철저히 저의 과오입니다.


 다만 이 글은 혹시라도 용인 66번 확진자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썼기 때문에 독자가 한정되어 있었음을 변명으로 삼아봅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비난을 받고 있고 거기에 제가 한마디 거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방역에 협조한 확진자가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제 기본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병이 옮은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며, 증상이 발현한 후에 고의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다닌 게 아닌 이상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확진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가해지면 자기의 증상을 숨기기 급급할 것이고 방역의 관점에서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정 종교관이나 성적 지향, 민감한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감염자일수록 개인정보의 보호는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나 예수 같은 포용력 때문이 아니라 순수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그렇습니다.


 이 확진자는 증상 발현 후 병원 외에 다른 곳을 가지 않았고 순순히 검사를 받았으며, 자기의 동선을 숨기지 않고 자세히 공개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잘한 일이라 봤습니다. 속속 드러나듯 코로나19의 특성상 숨은 감염자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방역의 성공은 그분들이 얼마나 빨리 진단을 받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용기 있게 나와 진단받은 분은 감염 전파 저지에 큰 공을 세우신 분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생명을 빚졌다"라는 문구 역시 그런 의미입니다. 확진자가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라 말씀하신 분이 계신데 그것도 개인의 판단으로 존중하겠습니다.



 증상 발현과 상관없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고 감염 전파의 위험이 가장 높은 클럽에 간 행위는 잘못 아니냐는 의견을 주신 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의견이 일리 있다 생각하고 딱히 확진자 분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목숨 걸고 일상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 분들과 일반 시민 분들께서 허탈하신 마음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방역을 위해 자기 삶을 포기하는 것은 개인의 선의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병의 위험을 평가한 후 그에 맞춰 행동 범위를 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사람마다 일상의 범위가 다르고 위험회피 성향이 다릅니다. 획일적으로 해야 할 일과 안 해야 할 일을 정해서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럽에 갔든 여행을 갔든 저는 비난할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4개월 간 절제하며 질병 확산을 막아준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뿐입니다. 유행이 당장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희생을 요구해야 할지, 전염병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다른 이웃들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지, 감염 확산을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 일상을 복구해야 하는 게 아닌지 그런 고민이 저에게 있습니다 (이 내용은 이전 글 "실패한 유럽의 교훈"에 담겨 있습니다).


 물론 저의 판단과 다르게 확진자가 클럽에 간 행위를 잘못됐다고 보시는 분들도 이해합니다. 제가 쓴 편지글에는 그분들에 대한 비난전혀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확진자를 비난하는 것과 별개로 감염 확산과 상관없는 사생활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비난을 가하는 부분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비판에까지 공감하지 못하시는 분은 별로 없으실 거라 믿습니다.



 제가 그 글에 담으려 했던 의도를 요약하자면 1) 확진자가 감염된 것은 불운한 일이지 본인 잘못이 아니다. 2) 개인적으론 확진자가 클럽에 간 행위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 3) 검사 후 본인의 동선을 공개한 점은 용기 있는 행동이며 다른 감염자들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격려해주어야 한다 입니다.



 이와 별개로 저도 밤잠 설치며 고생하시는 의료진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절제의 미덕을 보여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잘한 나라로 만들어 주신 시민 여러분께도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있는 남아공도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만 저 역시 한국인의 시민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짧은 글의 목적 상 그 부분을 담지 못했지만 제가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거나 협조하신 분들을 무시한 건 아니라는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이 상했다고 지적해 주신 분들이 여럿 계셔서 이해를 돕기 위해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봤습니다. 여전히 의견이 다른 분들이 계시겠지만 당연한 일로 여기며 남겨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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