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Aug 28. 2020

북유럽 방역모범국의 현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사례로 보는 봉쇄의 효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맞냐 3단계가 맞냐 논의가 치열하다. 심지어 2.5단계, 준3단계 같은 절충적인 대안도 나온다. 전문가들이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토론 중이니 내가 더 붙일 말은 없고, 하던 대로 외국 사례나 몇 개 살펴보려 한다. 스웨덴 얘기는 지겹게 했으니 늘 스웨덴과 비교하여 방역모범국으로 칭송받는 북유럽 3개국 사례를 살짝 들여다봤다.


일단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의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스웨덴은 물론 여타 구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8월 28일 기준 스웨덴의 확진자 수는 8만 4천 명인데 반해 노르웨이 1만 명, 핀란드 8천 명, 덴마크 1만 6천 명에 불과하며 사망자 수 역시 노르웨이 264명, 핀란드 335명, 덴마크 624명으로 스웨덴 5천8백 명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스웨덴 인구가 약 천만 명, 나머지 국가들은 오백만 명대라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크게 좁혀지지 않는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서 수십만 명의 확진자와 수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북유럽 3국의 성적은 더 인상적으로 보인다.


흔히 북유럽 3국이 적기에 적절한 조처를 시행해서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모두 감염 확산 초기 신속하게 봉쇄(lockdown) 조치를 취하고 대규모 검사로 확진자를 격리했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강제 봉쇄조치를 하지 않은 반면 노르웨이는 인구 백만명당 1명의 확진자가 나온 후 14일 만에, 핀란드와 덴마크는 15일 만에 식당, 주점, 공공기관 등을 폐쇄하고 5-10명 이상 모임을 금지시켰다.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검사하여 검사 수 대비 확진율도 1%대로 유지했다(덴마크 0.72%, 핀란드 1.3% 노르웨이 1.6%; 참고: 한국 1.0%, 스웨덴 7.7%).


 

하지만 봉쇄의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인구 대비 일일 확진수를 기록한 그래프를 보면, 확진자 수 피크는 봉쇄 후 3주에서 한 달 사이에 도달했다. 일일 최대 확진자는 최소 백만 명당 30명(핀란드)에서 최대 55명(덴마크)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하루 1500명에서 27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과 같다. 그 후에도 두 달간 일 평균 백만 명당 20명가량 확진자가 매일 발생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봉쇄를 하고도 매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북유럽 3국의 봉쇄는 최소 12주 이상 이뤄졌다.


봉쇄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일 결정적인 것은 순응도의 문제다. 시민들이 얼마나 반응할지, 협조하지 않는 시민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관건이다. 생계의 문제로 모두가 집에만 있기 어렵고 일상적인 모임이나 산책, 사교활동의 완전한 중단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봉쇄 하에서도 식료품 쇼핑, 운송, 의료, 생필품 생산 등 필수적인 활동은 지속되기 때문에 확산을 백 퍼센트 막는 건은 불가능하다.


결국 봉쇄 하에서도 감염 전파는 지속되며, 비교적 성공적인 북유럽 국가 사례만 봐도 일일 수백에서 수천 명의 감염자 발생은 감수해야 한다. 봉쇄에도 불구하고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한 사례 역시 수두룩하다. 그 사이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또 따로 계산할 문제다. (마스크 덕분이든 면역체계 덕분이든) 봉쇄 없이도 구미 여타 국가보다 감염 확산을 더 잘 통제해 온 우리 경험으로 봤을 때, 지금 사회경제적 비용과 불확실한 효과를 감수하고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여야 하는지 나는 의문이다(솔직히 지금도 과도하다고 생각).


여기에 지속가능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북유럽 3국은 6월 초순 성공적인 감염 확산 저지를 자축하며 대부분의 봉쇄 조처를 해제했다. 그러자 곧 재확산이 진행됐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2, 3월 우리나라 대구 상황보다 지금 유럽이 더 심각하다. 재확산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며, 지금 와서 다시 봉쇄로 돌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봉쇄 피로가 있기 때문에 두번째 봉쇄의 효과는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3단계 격상에 부정적이다. 협조하지 않는 시민을 통제하기 어렵고, 효과가 분명하지 않으며, 지속가능하지 않다.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봉쇄(혹은 거리두기 3단계)의 비용을 따져보는 행위에 덧붙여, 실제 봉쇄가 효과가 있을지,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더 큰 게 맞을지 같이 고려해봐야 한다. 페이스북 열심히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야 정부지침에 따르자는 구호가 넘쳐나지만 온라인 밖 세상엔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많다. 그들이 비정상인 게 아니다.


그런데 내가 알면 얼마나 알겠나. 난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인도 아니고 방역 관련 전공자도 아니다. 그저 시민으로서,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이 시행되기 앞서 나에게 주어진 정보를 분석해 나름의 결론을 내고 의견을 공개할 뿐이다. 투표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광훈 때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