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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l 05. 2019

인스타 좋아요 글을 쓴 이유

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일전에 "인스타 좋아요 많이 받는 법"이라는 글을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다 (링크). 이제 막 브런치를 시작해 구독자도 별로 없고 변변한 홍보도 한번 안했는데 그 글만 유독 조회수가 많았다. 흥미로운 제목을 달면 금방 주목을 받게 되는 브런치의 시스템에 조금 놀랐다. 


  그런데 "인스타 좋아요 많이 받는 법" 따위의 제목은 일종의 마케팅이었다. 낚시성 제목에 끌려 들어왔다가 실망하신 분들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쓴 목적은 따로 있다. 나도 잘 모르는 "좋아요 받는 법"보단 학자들이 어떤 트레이닝을 받고 어떻게 사회현상을 이해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자극적인 제목을 단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대놓고 사기를 치는 유사미디어들도 많지만 (유투브 포함), 주류 언론들이 그럴듯한 통계를 교묘하게 왜곡해서 유통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당연히 후자는 골라내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어느정도 트레이닝을 받은 전문 학자들이 필요하다. 아카데미아에 있으려면 1차적인 관찰 너머에 숨어있는 변수들까지 고려해보는 연습을 계속 해야한다. 이를 통해 학자들은 더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거나 가짜뉴스를 가려내는데에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단순해 보이는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한 후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을 "인스타 좋아요" 글에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혹자는 지식인들이 자기만의 카르텔을 만들어 "일반인"들을 소외시키고 지식/정보/부/권력을 독점하려 한다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많은 경우 사실이 아니다. 별 의미 없고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며 받아들일 만한 결론을 만들어 가는 게 학자들의 일상인데, 이게 권력이나 돈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저 이런 지난한 과정을 양분 삼아 사회가 발전해 간다는 희망을 가지고 매일 한 주제, 한 시대, 한 지역에 더 깊이 파고들 뿐이다 (물론 스스로 즐거워서 연구에 몰두하시는 분들도 많음. 그런 분들이 학계에 더 어울리는 듯).


  학계에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덧. 그렇다고 내가 이런 사람 중 하나라는 뜻은 아니다. 난 이제 막 (턱걸이로) 학위과정을 마쳤고, 저널에 낸 논문들이 계속 리젝 당하는 그저그런 연구자 중 하나일 뿐이다. 일전에도 밝혔지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생각을 나누고, 그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지 가늠해보고, 비판을 거름 삼아, 다음에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함이다. 그래서 난 내 글에 달린 공감도 반갑지만 비판이 더 반갑다. 사소한 헛점도 사정없이 지적해주면 감사하겠다. 여러가지 이유로 글에 반응하기 어려운 분들도 내 생각과 글이 자라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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