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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Aug 22. 2019

내 얘기를 하기

기계적 중립으로부터의 자유



본격적으로 글을 올린 지 두달 정도 됐다.

 개인공간에 일기 쓴다는 기분으로 글을 적고 있지만 역시 사람들 반응에도 신경이 쓰인다.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얘기하면 아무래도 반응이 좀 적은 것 같다.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일 수도, 내 얘기가 별로 들을만하지 않다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내 시각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반응이 적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남아공과 영국을 비교하면서 복지가 어쩌니 삶의 질이 어쩌니, 아내랑 다툰 얘기를 하면서 기독교가 어쩌니 민주주의가 어쩌니 하니까 사람들이 차마 좋아요를 못 누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냥 너무 길어서 안 보는 걸 수도...).



 나는 원래 좀 온건한 편이다. 사람들이 어떤 얘기를 해도 이해해 보려 하고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주장에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된다. 제일 쉬운 글은 이 사람은 이래서 맞고 저 사람은 저래서 맞으니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글이다. 물론 오류를 찾아내서 전부 다 틀렸다고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주장이란 없으니까.

 하지만 다 맞다거나 다 틀렸다는 식의 글로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의 사고가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상반되는 주장의 논거를 비교한 후 그나마 조금 더 나은 쪽의 관점에서 글을 쓰려 노력한다. 논거가 비등비등할 경우는 내가 대전제로 삼고 있는 가치와 더 가까운 쪽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글을 계속 읽어온 분은 알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유, 민주, 평화 이런 따위의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관점에서 글을 쓰다 보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다. 세상에 한가지 정답만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예컨대 영국의 무상의료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 재정은 누가 감당하며, 의료의 질은 어떻게 유지하며,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는 어떻게 방지할지 등 대답해야 할 질문이 쌓여있다. 30페이지짜리 논문을 써도 이런 질문들을 다 다루기 어려운데 페북에 쓰는 짧은 글 안에서는 반론을 소개하는 것조차 벅차다.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주장만 선택적으로 담아야 하고, 비판의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내가 정보만 나열하는 글을 쓰거나 기계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한 사람의 의견은 그 배경과 경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스스로 완전한 균형을 이룰 수 없다. 여러 사람의 변증이 서로 간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함께 진리에 다가간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경로로 날카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을 던지는 내 할 일이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내가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을 생각해봐도 대개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주장을 탄탄한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분들이었다. 이런 강한 주장을 만날 때마다 내가 믿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는 당혹감을 느끼지만, 그에 대한 내 반론을 만들고 논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절충된 나만의 정답이 찾아지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주장을 하는 분들께도 고마움을 느끼며, 일부러 그런 분들의 주장을 찾아보기도 한다. 또한 나의 주장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균형에 대한 강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나는 계속, 누군가에겐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만의 관점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내 생각만 정답이라고 과신하진 않는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화하며 저너머 어딘가에 있을 진리를 찾아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글에 대한 의견과 비판도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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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말투만 보면 제가 자신만만한 거 같지만 사실 쓰고 나서 올릴까 말까 고민한 적도 많고, 올리고 나서 내릴까 말까 고민한 적도 많습니다. 책 많이 읽고 경험 많으신 분들의 글을 보면 제 글이 초라해 보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그렇다고 안 쓰면 죽도 밥도 안 되겠지 하고 꾸준히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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