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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Sep 19. 2019

딱지 붙이기

내가 요새 유독 불편하게 느끼는 것

참고 기사 (링크)


시국선언에 실명으로 참여한 교수들 중 상당수가 반동성애 활동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뉴스를 실어 나르며 시국선언을 폄하한다. 근데 나는 요새 이런 게 불편하다.


 어떤 주장이든 그 내용을 근거로 비판해야 한다. 발화자의 성향을 근거로 발화 내용을 판단하면 오히려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진다. 인간은 굉장히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한 이슈에 대한 의견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여러 이슈에 대한 각각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한 사안에 흐린 판단력을 보인 사람은 다른 사안에도 정확한 판단을 못 하므로 그 사람의 소속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주신 분이 있다. 설령 그 말이 사실이어도 각각 사안에 대한 주장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발화자의 판단력에 실제 문제가 있다면, 근거가 빈약하든, 논리에 비약이 있든, 인과관계를 혼동하든, 주장 자체에서 약점을 찾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발화자의 성향을 근거로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전형적인 낙인찍기이다. 낙인찍기에 지독히 당한 사람들도 상황이 바뀌면 낙인찍기의 유혹을 피하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 종북 빨갱이라 불리며 온갖 불이익을 당했던 집단이 이제는 상대편에 극우니 태극기 부대니 딱지를 붙인다. 그러면서 일본에 조금만 우호적인 주장을 하면 매국노니 친일파니 하며 비난한다. 친일로 낙인 찍지 말라던 사람들이 이젠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진영논리에 빠져 정의를 저버린 광신도로 매도한다. 또 반대편에선 조국을 조금이라도 비난하면 적폐세력으로 몰아부친다. 하나의 주장을 그 주장 자체로 평가받기 매우 어려워진 시대를 사는 것 같다.


 시국선언에 참가한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전에 어떤 의견을 표출했는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상관 없이 지금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집중해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번 선언과 반동성애, 창조과학, 뉴라이트 역사관 사이엔 아무 연관성도 없다. 그리고 굳이 참가자들 성향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선언문 내용 자체에 비판할 게 많다 (이전 포스팅 참고). 참가자의 소속을 근거로 딱지를 붙이고 주장을 폄하하는 이유로 사용해서는 안 될거란 생각이 든다.


 다른 모든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주장은 주장으로 판단해야지 발화자가 어느 편에 있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 흔히 하는 말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 당연한 말인데 요샌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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