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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Oct 07. 2019

통계를 믿지 마세요

국가공무원 범죄통계 바로보기

 어제 국정감사에 제출된 2018년 국가공무원 범죄 통계가 기사화 됐다.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총 3,356명, 그중 절반 가량이 경찰청 소속 공무원 (1640명)이다. 2위는 법무부 (304명), 3위는 교육부 (280명)이다.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은 대부분 경찰 욕이다. 어떻게 범죄자를 잡아들여야 할 기관이 오히려 범죄자 소굴이냐, 경찰 수준 떨어진다, 못 믿겠다 등등. 최근 현안이 검찰개혁인 만큼 수사권 조정 관련 댓글도 많이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경찰한테 수사권을 넘겨주냐는 성토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통계는 사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국가공무원 범죄 건수 중 경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경찰이 실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높아서일 수도 있지만 경찰의 수 자체가 다른 정부부처보다 더 많아서 일 수 있다. 경찰이 정말 범죄자 집단인지 보려면 경찰 전체 인원수 대비 범죄 비율을 살펴봐야 한다.


 

 탐구정신이 뛰어난 사회과학 연구자답게 원자료를 찾아보았다. "2018년도 공무원 범죄 통계자료". 의외로 쉽게 찾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가 펼쳐진다. 우선 경찰청 소속 공무원 총인원은 약 12만 5천 명, 전체 42개 부처 중 2위이며 인원수 중윗값인 2,058명에 비해 약 60배 많은 수치이다. 경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지 경찰의 범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다.

 

  이번엔 현 인원 대비 범죄율을 살펴보았다 (범죄 건수 / 인원). 아래 그림을 보면 경찰청 범죄율은 1.4%로 전체 중 6위이다 (전체 부처 평균은 0.7%). 1위 국토교통부부터 해양수산부, 소방청, 통일부, 법무부 순이고 그다음이 경찰청이다. 낮은 순위는 아니지만 경찰청을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할 만큼 높은 수준도 아니다.


현원 대비 범죄율 순위


 정부부처가 아니라 전체 국민 중 범죄자 비율을 따져보면 더 명확하다. 작년 한 해 발생한 범죄는 검거 건수 기준 15만 8천 건, 전체 인구 대비 약 3.1% 정도이다. 경찰청 1.4%, 국가공무원 평균 0.7%은 다 국민 전체에 비해 더 낮은 수치를 보인다.



 물론 경찰청의 기능을 생각하면 범죄율 1.4%도 높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여기서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몇 가지 더 검토해 봐야 한다. 특히 경찰청이 발표한 범죄자 통계는 최종 형사 선고가 아닌 범죄 발생 혹은 검거 기준이므로 다음과 같은 가설을 검정해볼 필요가 있다.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검거될 확률이 다른 부처 공무원 범죄 시보다 더 높지는 않을까? 혹은 경찰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 실제 혐의가 없음에도 검거된 경우는 없을까?


 실제 국가공무원 + 지방 공무원 범죄 건수 12,167건 중에서 실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경우는 전체의 44퍼센트인 5,400건에 불과하다. 실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를 따지면 이보다 더 낮을 것이 분명하다.


 검거된 경찰 공무원 중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인원에 대한 비율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높은지 낮은지 따져보면 위의 가설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경찰의 경우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비율이 다른 공무원보다 현저히 낮다면 이는 경찰에게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주1).



  자료(와 시간)의 한계로 더 이상 자세히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우선 경찰의 범죄 비율이 다른 부처에 비해, 혹은 국민 전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따라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다른 근거를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꼭 언급하고 싶은 부처 - 경찰보다 더 억울한 교육부이다. 기사에는 전체 3위로 소개됐지만 사실 이것도 교육공무원 숫자가 워낙 많아서이지 교사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는 게 아니다. 교사 수는 37만 2천 명, 전체 1위이다. 인원 대비 범죄율은 0.08%로 뒤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선생님들 고생 많으신데 이런 부정확한 기사로 억울할 일 만들면 안 된다.


 (주1) 반대로 기소의견 송치 비율이 높으면 경찰들이 서로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음.




덧. 전공이 이주여서 외국인 범죄율도 찾아봄. 내국인 범죄율 3.2% 외국인 범죄율 1.2%. 이주노동자도 범죄집단은 아니다.



 참고자료: 2018년 경찰범죄통계 https://www.police.go.kr/portal/main/contents.do?menuNo=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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