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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Nov 06. 2019

은수미 성남시장은 빨갱이인가?

김일성배지 논란에 대해


 며칠 전 성남의 한 행사에서 어떤 남성이 김일성배지를 가슴에 달고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걸 보니 무슨 공연을 하는 것 같다.


 이 기회를 놓칠 수구세력들이 아니다. 국가보안법 운운하며 해당 행사를 맹렬히 비난한다. 예산을 지원한 성남시와 사노맹 활동 경력을 가진 은수미 시장에 대한 공세도 더해졌다. 급기야 한 단체는 은 시장과 행사 주최자를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조금 들여다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공세다.


 공연은 북에 있는 아들이 남에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를 낭송하고, 어머니는 그에 답을 하는 형식이다. 아들이 북한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위해 김일성배지를 소품으로 활용했다. 북한 체제나 김일성을 찬양하는 내용은 전혀 없으므로 국보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낭송한 시 내용은 아래 첨부).


 이것조차도 문제가 된다는 사람이 있지만 난 좀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영화와 공연이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공조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사람이 김일성배지를 달고 나왔다고 문제를 삼는다면, 아예 북한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영화 공조에 북한 형사로 나온 현빈. 김일성-김정일부자의 배지를 달고 있다. 이것도 국보법 위반?



 백번 양보해서 김일성배지라는 소품이 국민정서상(?) 문제가 된다고 치자. 그러면 성남시장이 공연을 중지시켜야 했나?


 예술의 가치는 금기를 건드리는 데서 나올 때가 많다.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채 단지 정치적으로 이익이 안된다는 이유로 특정 작품을 검열, 금지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입맛에 안 맞는 공연을 못하게 하는 건 딱 북한이 하는 짓이다. 나는 오히려 은수미 시장이 이 공연을 중지시켰다면 빨갱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김수영 시인은 60년 전에 이미 "김일성 만세"라는 표현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이라 일갈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김일성배지 하나 가지고 왕왕거린다.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있으니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찬양, 고무하는 거 조심하자는 주장까지는 좋다. 근데 북한 사회를 표현하는 소품 하나 마음대로 못 쓰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은수미 시장 표현대로, 철 지난 색깔공세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이런 반민주주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 헌법의 수호자이며 자유민주주의의 선봉인 양 행세한다. 이건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참고 기사 및 사진 출처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118886622682768&mediaCodeNo=257



덧. 김일성배지를 단 사람이 낭독한 오영재 시인의 <아, 나의 어머니> 일부. 김일성배지에 분노하기 전에 분단의 현실을 아파할 순 없을까.

<늙지 마시라>


늙지 마시라
더 늙지 마시라,어머니여
세월아, 가지 말라
통일되여
우리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이날까지 늙으신 것만도
이 가슴이 아픈데
세월아,섰거라
통일되여
우리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너 기어이 가야만 한다면
어머니 앞으로 흐르는 세월을
나에게 다오
내 어머니 몫까지
한 해에 두살씩 먹으리

검은빛 한 오리 없이
내 백발 서둘러 온 대도
어린 날의 그때처럼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을 수 있다면

그 다음에
그 다음엔
내 죽어도 유한이 없으리니
어머니 찾아가는 통일의 그 길에선
가시밭에 피흘려도 아프지 않으리

어머니여
더 늙질 마시라
세월아,가지 마라
통일되여
우리 서로 만나는 그날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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