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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Feb 23. 2020

133개국 중국인 입국 금지?

간단한 팩트체크


1. 기사



2월 23일 다음(Daum) 메인화면



오늘자 포탈 다음의 메인뉴스로 아래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전 세계 133개국 중국인 입국 금지… 한국 안 하나 못하나" (기사 링크)


 요지는 전문가 의견 등을 근거로 야당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데 정부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이민관리국이 지난 2월 16일 발표한 중국 거주자 및 방문자 입국 제한 명단에 포함된 133개국을 거론했다. 마치 전세계 70%가 중국인을 안 받고 있는데 우리는 대책 없이 국경을 열고 있다는 비판의 뉘앙스가 풍긴다. 기자는  프랑스, 러시아, 독일, 미국, 필리핀, 캐나다, 싱가포르 등 몇 개 나라를 소개한다.


 며칠 전 133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하는데 왜 우리는 안하냐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런 기사를 읽고 왔나보다.



2. 팩트체크


45번째 국가로 한국.


 기사가 미심쩍어 직접 이민관리국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보았다(링크). 기자가 불성실한 건지 의도를 가지고 누락했는지 모르지만, 이 133개국 안에는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2월 4일 실행된 "14일 내 후베이성 방문 중국인 및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와 2월 5일 실행된 "제주도 무비자 입국 중지" 조치 두가지가 적혀있다.


 그 외 다른 국가를 보면, 중국 국경 완전 통제(북한, 몽골 등)부터 중국 전역에서 오는 중국인 및 외국인 입국 금지 (미국, 러시아, 호주,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 및 외국인 금지 (일본, 한국, 홍콩 등)까지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실행하는 모든 나라를 다 포함한다. 이 목록에는 심지어 중국인 입국 제한과 상관 없이 공항에서 코로나19 의심증상을 가진 여행객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국가(예. 쿠바)까지 포함되어 있다.


 즉, 기사와 다르게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한 국가가 133개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3. 용어


 국제이주 연구자로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단어 자체도 매우 불편하다.


 중국인은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중국인"이라는 국적을 기준으로 입국 제한을 시행하지 않는다. 중국에 거 중인 사람, 혹은 지난 2주간 중국에 방문한 사람 등 거주지역과 여행지역이 기준이 된다.


 물론 중국인이 이 제한에 걸린 확률이 제일 높지만 중국에 사는/방문한 미국인, 영국인, 일본인이 다 제한에 포함되므로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중국인, 한국에 살다가 외국에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인 등은 입국 제한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단어는 성립하지 않는다.


 각국 입국 제한 워딩을 봐도 "중국 (후베이) 지역 거주 혹은 방문한 외국인(비자국인)" 등으로 되어 있지 중국인을 특별히 타겟으로 한 곳은 없다. 예컨대 호주 같은 경우 중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은 "국적과 상관없이 (regardless of nationality)" 입국할 수 없다고 분명히 적어 놓았다.


 때때로 정확한 정의와 상관없이 통용되고 이해되는 단어들이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 하면 대충 그런 뜻으로 알아들으면 된다. 하지만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ex. 정치인)들이 부정확한 단어를 쓰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4. 중국 지역 방문자 입국 금지에 대하여.


 나는 개인적으로 입국금지 지역을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조치가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질병관리본부와 관계 당국에서 지금까지 가장 현명한 판단을 내려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신뢰를 보낼 뿐이다. 어떤 이유로든 그 결정 과정과 결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나중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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