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엄마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by ISTJ
나는 괜찮은 '나'로 살고 있을까?


가족이 생기면서 알게 된 점.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아이의 아픔도 마음 아프지만, 그보다 먼저 드는 현실적인 불안들. '누구를 불러야 하나', '회사에 어떻게 말해야 하나', '나만 애 키우냐'는 핀잔을 들을까 봐 겁이 나는 마음. 이 불안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나를 짓누르는 책임감의 무게다.


부모님께 도움을 청할 때면 종종 '나도 아프다'는 말을 듣곤 한다. 처음엔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바꾸려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부모님 스스로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이런 마음의 평정심을 배우는 중이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거나 부모님이 불쑥 전화하시면 무슨 일인가 싶어 심장이 덜컹거린다. 사실 나는 나를 돌보는 것보다 우리 두 딸과 부모님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무게 앞에서 내 자신은 어떻게 설 수 있을까. 나를 잃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이와 부모 사이에 나를 잃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면 그럴수록 불행해졌다. 희생이 미덕이라고 믿었지만, 그건 나 자신을 병들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똑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더 이상 역할 속에 나를 가두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일상이 가르쳐준 것

병원에 가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때야 비로소 지금 내가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된다. 부자의 삶을 부러워하면 내 삶은 한없이 초라해 보이지만, 지금이라는 내면의 가치에 집중할 때 비로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허상만 바라보며 현재를 부정하기에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나는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고 싶다.


아픔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주변 사람이 아프면 내 스케줄이 무너지고, 내가 아프면 모든 것이 멈춘다. 그래서 통제할 수 있을 때,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지혜일 것이다.


사실 나는 요즘 건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포함해서다. 정신이 무너지니 번아웃이 왔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일상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번아웃이 쌓이면 결국 그 일도 내가 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귀찮음이나 피곤함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의지가 있을 때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몸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내가 나를 잃지 않는 용기를 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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