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기회가 있을까? 나는 아직도 묻는다

나의 유년시절

by ISTJ


나는 늘 기회에 목말랐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내게, 서울은 닿을 수 없는 꿈의 도시였다. 아버지는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만 가면, 서울에서 살 수 있어.” 그 한 마디는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아버지는 내게 서울이라는 지도를 건네주었고, 나는 그곳을 향해 오직 공부라는 길만 걸었다.


시골에는 놀 것도, 살 것도 없었다. 낡은 달력을 뜯어 세상 모든 색을 칠했고, 색종이 대신 학종이로 천 마리 학을 접으며 시간을 보냈다. 나의 유일한 소비이자 즐거움은 해묵은 문제집뿐이었다. 매년 이월호를 사서 답을 노트에 옮겨 적고 또 적었다. 아버지는 늘 “밥 먹고 잘 데 있으면 부자야. 아프리카에선 굶는 사람도 있어.”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에 음식 한 톨 남기지 않았다. 그때 나는 몰랐다. 밥 먹고 잘 곳이 곧 부의 상징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시절, 나는 매일 새벽 6시에 등교해 밤 12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허리가 아파도 물을 적게 마셔가며 버텼다. 자면서도 영어 단어를 외우겠다는 마음으로 테이프를 틀어놓고 잠들곤 했다. 글쓰기 대회 상금으로 학비를 내며 공부했고,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박탈감을 느끼지 않았다. **‘공부로 서울만 가면 된다’**는 단 하나의 목표가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니까. 내게는 오직 서울이라는 등대만 보였다.


그렇게 나는 서울에 왔다. 꿈에 그리던 그 도시는 내게 뜻밖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서울에 도착한 그 순간, **‘대출’**이라는 단어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 그곳에서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했다. 아버지가 말하던 부자의 기준, 즉 ‘밥 먹고 잘 곳’은 서울에서 빚 없이는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나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그토록 바라던 기회의 땅에 발을 디딘 것일까? 아니면 기회라는 빛을 좇아온 나는, 지금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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