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그리고 별
그곳은 그랬다.
산과 산이 이어져 울타리를 만들고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하늘과 맞닿아 동네를 가두고 있다. 이쪽 산과 저쪽 산이 마주하여 서로가 메아리를 주고받는다. 누렁이 짓는 울림소리 는 이방인의 출현을 알리는 환영인지 경고 인지 분명치 않다. 새벽닭울음소리는 산촌 (山村)의 알람시계가 된다.
그곳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
좁아도 좁은 줄 모르고 살았고, 어두워도 어두운 줄 모르고 살았다. 고단하게 사는 것이 원래 그런 줄 알았고, 신산(辛酸)한 삶만 알아 달콤한 편안함은 모르고 살았다. 절기(節期) 마다 눈비는 오는 것이고, 바람은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인 줄 알았다. 그것이 전부고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 줄 알았다.
그곳은 하늘과 땅의 넓이가 다르지 않았다. 산비탈의 좁은 땅 위에 초가집들이 불안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산비탈의 골을 타고 흐르는 개울물은 끊긴 적이 없었고 길옆 바위틈에 살아가는 비단개구리조차도 낯설지가 않았다. 함께 마시는 안골 우물물은 언제부터 솟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곳의 하늘은 어둠이 더 길었다. 여명(黎明)은 늦고 황혼(黃昏)은 빨랐다. 산촌에 어둠이 내리면 까만 하늘에는 별들이 찾아온다. 태고(太古)의 하늘이 이랬을까? 어둠과 괴괴함 속에 하늘은 별들이 조밀 (稠密)하다. 땅 위의 산촌사람들처럼 하늘 에는 별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서쪽 하늘의 샛별은 잡힐 듯이 선명하고 북극성은 개선(凱旋)하는 장군의 어깨 위의 별처럼 당당하다. 먼 하늘 복판에는 북두칠성 (北斗七星)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삼태성 (三台星)이 아득하다.
그곳의 별들은 잠들지 않았다. 이른 봄 소쩍새의 피맺힌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을밤 섬돌밑 귀뚜라미 소리에 설레며, 동지섣달 긴긴밤 부응이 소리에 잠들지 못했다. 때 묻지 않고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곳 하늘이 별들의 고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