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蟬) 소리

by Morpheus

그때 산촌(山村)의 여름은 덥고 더웠다. 지리적으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의 출입이 상그러웠다. 한낮의 열기를 식히는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에나 일진광풍 (一陣狂風)이 짓궂게 지나가지만 어쩌다 그렇다.


살고 보니 그 여름들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마치 남의 일같이 무던도 했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도 남의 나라 얘기였다. 전기(電氣)란 놈은 소문만 들었지 어쩌다 산고개길에서 내려다보는 읍내 아른거리는 전깃불 구경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듬성듬성한 대나무살에 한지를 붙여 만든 부채를 부치면서 연신 "덥다 더워!"를 남발하며 궁상맞게 살았다. 그래도 어른들이 "여름은 원래 덥고, 곧 지나간다"라는 얘기가 위로가 되었다.


여름 더위를 말하려는게 아니다. 여름에는 더위 밖에 할 말이 없어 보이지만 시각적으로 푸른 숲도 있고 사람들의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매미소리가 있다. 매미 울음소리가 없다면 여름은 얼마나 적막(寂寞)할까? 자연의 소리 중에 매미 울음소리처럼 시원한 것도 없으리라. 귀뚜라미의 청량(淸凉)한 소리도 좋지만 그건 가을얘기다.


산촌의 농부들은 한낮에도 논밭에서 김을 매고, 점심 바구니를 물리고 산비탈 나무 그늘에서 힘든 삭신을 눕힌다. 참매미 울음소리는 방정맞고 말매미 소리는 꽤나 시원하다. 매미 울음소리에 잠이 드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농부는 잠이 들고 매미는 울어댄다. 점심 설거지를 마친 아낙네도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로 꾸벅꾸벅 존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지 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일곱 해 긴 세월을 땅속에서 묻혀 지내다가 광명(光明)한 세상에 나와 고작 보름 남짓 살다가는 매미의 일생은 산 넘어 반짝이는 휘황찬란한 문명(文明)의 이기(利器)를 누리지 못하고 살다 간 우리네 산촌의 농부들 생애(生涯)와 닮았다. 동병상련 (同病相憐)의 아픔인가, 그래서 매미소리가 시원한 서사(敍事)만은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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