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2>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관우의 나이는 알지 못했다. 그의 단단한 팔뚝이나 굵은 목소리로 보아 불혹(不惑) 전후가 아닌가 싶었다. 그가 일할 때는 다부지게 했다. 손놀림이 재빠르고 꼼꼼했다. 산에 가서 땔감나무를 해올 때도 있었다. 장작을 패는 어깨는 울퉁불퉁했다. 물을 들이켤 때 관우의 목 울대뼈가 유난히 벌컥거렸다.


어느 여름의 끝무렵이었다. 어머니와 관우가 툇마루에 앉아 오랫동안 뭔가 심각한 얘기를 나눈 후 관우는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어머니는 헛간에 딸려있는 골방을 치우고 몇 가지 새간도 넣고 잠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헛간은 송아지를 키웠던 외양간이었다. 다 큰 소는 읍내 내다 팔았고 외양간은 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떠난 지 사나흘 후 땅거미가 질 무렵에 관우가 돌아왔다. 자그마한 체구에 야무지게 생긴 여자를 데리고 왔다.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송죽이라는 여자아이가 딸려왔다. 세 살배기 딸이라고 했다. 읍내 국밥집에서 일하다 관우를 만나 같이 살기로 했단다. 그녀는 조용조용했고 조신(操身)스러웠다. 관우는 말은 없었으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외양간 한 편에 부뚜막을 차렸다. 조그마한 찬장도 놓았고 간단하게 부엌살림도 준비해 주었다. 송죽이 모(母)는 알뜰했다. 낮에는 보리밭일도 하고 채전밭에 이것저것 심고 잘 길러냈다. 어머니가 할아버지집에 가서 지낼 때면 송죽이 모(母)가 집안일을 자기 집 살림처럼 도맡아 했다. 관우도 사람이 많이 변했다. 꾀죄죄하던 모습도 사라지고 들일하고 돌아올 때는 냇가에서 말쑥하게 씻곤 했다.


추수가 끝나고 농한기가 되면 시골에서는 초가지붕을 새로 이는 것이 연중 대사 중에 대사였다. 관우는 낮에는 이엉을 엮고 용마루를 틀었다. 밤늦게까지 새끼줄을 꼬았다. 지붕을 이는 날 동네 사람들이 와서 관우와 함께 일을 했다. 지난해 입혔던 이엉을 걷어내고 새 이엉으로 입혔다. 관우가 품앗시를 한 동네 사람들이 와서 일손을 갚았다.

지붕 이는 일이 끝나갈 무렵에 소동이 벌어졌다. 썩은 이엉 속에서 능구렁이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사람들이 기겁을 하는데 관우는 거연(居然)히 그놈을 맨손으로 잡아 새끼줄로 묶어 뒷마당 감나무에 매달아 두었다. 집 지키는 대맹이라고 풀어주라는 데도 관우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저녁 무렵에 지붕 이는 일이 끝났다. 벗겨낸 썩은 이엉들을 치우고 마당을 쓸고 마무리를 했다. 새 이엉을 입힌 지붕은 단정하고 포근 했다. 고생했다는 인사를 뒤로하고 다들 돌아갔다. 그런데 관우가 보이지 않았다. 집 앞 개울에 씻으러 간 줄 알았다. 한참을 지나도 오지 않아 식구들이 찾아 나섰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관우는 뒤뜰 가마솥이 걸린 부뚜막에 혼자 앉아 뭔가를 씹어 먹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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