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3>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관우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단단한 기운이 서려 있는 얼굴이었다. 동네사람들과 동화되기 위해 곰살갑던 관우가 아니었다. 관우의 손에는 껍질이 벗겨진 그 뱀이 들려있었다. 아직도 꿈틀거렸다. 송죽이 모(母)가 다가 가도 관우는 태연했다. 관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그녀를 쳐다봤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송죽이 모(母)는 굳이 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시장 바닥에서 별의별 일들을 보았기 때문에 생경(生更)스러워 놀랄 일은 아니었다. 관우가 살아온 세월을 품어주고 싶었다. 떠나버린 남자에게 느끼지 못했던 온기를 관우가 갖고 있었다. 관우를 품는 것이 자신의 아픔을 덮는 길임을 알았다. 관우를 향한 연민이 아픔이 되었고 그 아픔을 받아 들였다.


관우는 생각했다. 산다는 것이 자신의 욕망에 닿지 않았고, 발버둥 쳐도 허허로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막막함은 감당되지 않았다. 언제나 보이지 않은 어두움이 절망으로 다가왔다. 동네사람들과 가까워져도 그들 과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았다. 그 거리감이 그들로 인한 것인지 관우 자신이 만들고 있는 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관우는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흔들림을 받아내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깊었다. 고단한 삶의 무게보다 심중에 일고 있는 현실의 불안함이 불편했다. 사람들과의 간극의 시원(始源)을 찾고 싶었다. 사람들과 부딪쳐도 도망치지 않아도 될 삶은 없는 것인가? 불편함의 원인이 내가 아닌데 왜 내가 불편해야 하는가?


사람들로 번잡한 장터에서 송죽이 모(母)가 처음 관우의 시선에 들어왔을 때 묘한 일렁임이 찾아왔다. 자그마한 체구에 가지런히 걷어올린 옷소매가 야무졌다. 무엇보다 아무에게도 고정되지 않은 그녀의 시선이 관우를 흔들었다. 그 시선을 받고 싶은 마음이 관우를 깨웠다. 가끔씩 허공을 바라보는 송죽이 모(母)의 눈길에 아릿함이 묻어났다. 그것이 관우 자신의 것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어림하였다.


그날 밤 관우의 방 호롱불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았다. 조근조근한 송죽이 모(母)의 목소리가 끊길 듯 이어졌다. 굵은 관우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헛기침이 문 밖으로 튀어나왔다. 관우는 쉬운 말을 어렵게 꺼냈다. 피붙이가 있어야 한다고. 자식을 갖고 싶다고. 그리고 이 땅에 뿌리내려 살고 싶다고.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고. 관우의 나지막한 절규가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끄억 끄억..

keyword
작가의 이전글관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