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 <4>

어느 뜨내기인생 스토리

by Morpheus

말없이 흔들리고 있는 호롱불처럼 송죽이의 모(母)의 가슴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녀의 가슴을 흔들고 있는지 분명치는 않았다. 목석(木石) 같았던 단단한 관우의 가슴에서 끓어오르듯 터져 나온 울음이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지난 십여 년간 장터 바닥에서 피덩이 같았던 송죽이를 업고 살아내었던 그 모진 세월의 서러움이 관우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 서러움은 관우의 서러움도 되고 자신의 서러움이 되기도 했다. 종내(終乃)는 엉켰다.


삶이 그런 줄 알았다. 아파도 참고 사는 것이고, 힘들어도 원래 힘든 게 인생인 줄 알았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고 야단치면 빌었다. 국밥집 뒷방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면 된다고 했다. 다른 말 걸치지 못했다. 장터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거쳐갔 으리라. 취객들 시답잖은 농(弄) 짓거리에 대꾸 한번 하지 않았다. 팔자 한번 고치라고 거들거리는 양반네들 거들떠보지 않았다.


육신의 신산(辛酸)한 삶은 관우보다 더하면 더했다. 송죽이 모(母)는 죽지 못해 살았다고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살아내어 증명해야 할 근본도 이유도 없었다. 야무지게 보여도 속은 항시 비어있었다. 하늘을 향해 던진 시선에 초점이 없는 이유였다. 허공에 던진 시선에는 고단한 삶에 대한 원망보다는 무상(無常) 함 이 더 진했다. 그게 더 힘들었다.


관우의 피붙이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그것이 비어있는 그녀의 마음을 채우는 길임을 단정했다. 살아있다는 끈을 만들기로 했다. 관우의 피붙이는 관우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붙이가 될 거라는 생각이 깊었다. 의지할 곳 없이 서른 중반을 넘어오면서 그녀의 거친 삶 속에서 남녀 간의 포실한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관우는 여전히 말수가 적었다. 송죽이 모(母) 앞에서 무너져 내렸던 그날 밤 이후 그의 삶은 조금씩 조밀(稠密)해 지고 있었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방에 시렁도 만들고 옷가지를 걸 수 있는 횃대도 만들었다. 원래 손재주가 많아 동네 사람들이 칭찬이 자자했다. 관우가 마음을 잡아간다고 동네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개울에 나가 물고기도 잡아오고 채전밭의 푸성귀도 뜯었다. 일상(日常)에 마음을 두는 듯 보였다. 농번기와 농한기가 바뀌면서 세월은 말갛게 흘렀다. 남의 집 농사일을 해주면서 바지런히 살았으나 가을걷이가 끝나면 허전했다. 마음이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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