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상념(想念)

잊혀진 그 계절의 그림자

by Morpheus

우리는, 아득하게 펼쳐진 신작로(新作路) 아스팔트 위에 여름의 마지막 열기는 퇴각 하고, 다가오는 정갈한 가을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우리는, 잎은 낙엽이 되어 뒹구는데 낭창거리는 가지에 조롱조롱 매달린 빨간 홍시의 달달한 가을의 맛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하교(下校) 길에 논둑길을 따라 황금빛 들녘 위를 뛰어다니는 며뚜기며 방아깨비 떼를 쫓아 놀든 철이 없던 시절, 그 가을노을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파아란 하늘바다를 유영(游泳)하듯 무리 지어 날고 있는 빨간 고추잠자리들의 분방한 자유함이 그리워진다.

우리는, 여름 내내 널따란 호박잎 속에 숨어 덩치를 키워, 이제는 담장 위에 맨살로 들어 누워있는 누렁이 호박의 편안함이 그리워 진다.

우리는, 보름달 보다 둥근 박들이 지붕 위 어둠 속에 침묵을 지키는 고요한 밤에 귀뚜라미의 청량한 울음소리가 그리워진다.

아! 뒷마당을 휘감아 사립문을 열고 지나가는 초저녁 선선한 가을바람에 갓스물 옆집 순이가 읍내 박씨네 집으로 시집간 그 가을날이 아쉽고 그리워집니다.

아! 여름날 자주색 감자꽃이 핀 이랑 사이를 뜨거운 숨 몰아쉬며 김을 매시던 엄니의 삼베적삼 땀냄새가 아프도록 그립습니다.

아! 우리와 함께 살아냈던 그 계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이제 낙엽처럼 떨어져 무심하게 뒹구는 가을입니다. 모든 아름답던 것들은 떠나가고 남겨진 텅 빈 옥빛하늘 하나 쳐다
보는 가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관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