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생각
머잖아
여름은 가랑잎이 되어
스산한 골목길을
뒹굴고 있을 거야
무성했던 성하(盛夏)의
기억(記憶)은 지워지고
마지막 햇살에 나신(裸身)을 들어낸
푸르렀던 시간들이
아듀를 고(告)할 테지.
눅눅한
삶의 무게가
시월상달 가을볕에
마름질되어
산뜻 해질 테지
기신거리는
육신(肉身)의 근심들이
낙엽처럼 떨어지고
잰걸음은 휴식을 맞을 테지.
가을은
호수처럼 깊어서 고요하고
황혼처럼 불타올라
붉은 것인가?
창공을 유영(游泳)하는
고추잠자리 비행 같아 가볍고
섬돌 밑 귀뚜라미 울음 잦아져
애처로운 계절인가?
어느 수녀의 시어(詩語)처럼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가을이 익어간다
인생이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