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의 수난기 4

참새들의 응징(應懲) - 마지막 편

by Morpheus


시골의 겨울은 정말 추웠다.


사람들은 겨울이 추운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그때의 입성을 생각해 보면 허접하기 짝이 없었다. 무명 바지저고리에 변변한 양말이나 장갑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난방은 초저녁 밥 지을 때 땐 아궁이에 장작 몇 조각 집어넣은 것이 고작이었다.


어른들이 겨울은 원래 춥고, 여름은 더운 계절이다하면 그런 줄 알며 살아냈다.

날씨 타령을 하자는 게 아니다. 인간 삶이 이럴진대 말 못 하는 짐승들이야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털 달린 개나 고양이는 한여름이면 툇마루 밑에 기어들어가 혀를 석자나 빼고 흑흑거렸고 솔방울만 한 참새들도 지붕 위에서 입을 딱딱 벌리며 더위를 밀어냈다.

짐승들은 여름보다는 겨울나기가 쉬웠을 테지.


뽀송한 털옷을 입고 있으니 인간들의 무명옷 보다야 따습겠지. 아무리 추운 날에도 짐승들은 맨발로 다니지 않는가 ㅋㅋ..

추운 아침에도 참새들이 제일 먼저 일어나 빨랫줄에 앉아 짹짹거린다.


참새들은 둥지를 틀지 않는다. 시골 초가지붕의 처마 끝 이응 속이 참새들 집이다. 기와집에는 처마 끝 기왓장 속에 새털이나 지푸라기로 둥지를 만든다.


겨울철 참새들은 참 괴롭다. 참새가 철새라면 사냥꾼들이 없는 어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이 땅의 텃새로 태어났으니 눌러살 수밖에 없다.


낮에는 엽총의 공포 속에 콩알만 한 심장을 팔딱거려야 하고, 곳곳에 검은 망을 쳐놓고 사냥몰이를 해대니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목숨이다. 그래서 "참새 목숨"이라고 하는 것인가?

그런데 말이다.

하루 종일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요리조리 다 피하고 날이 어둑해지면 초가지붕 처마 끝 둥지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피곤에 절어 눈꺼풀이 감기는데 느닷없이 플래시 불빛이 둥지를 덮치며 사람 손이 쑤욱 들어온다. 꼼짝 못 하고 잡힌다. 렘핑(lamping)을 당한 것이다.


사람들은 참 야비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믐 달빛도 없는 어느 캄캄한 밤에 옆집 구 씨 아저씨와 안골 친구들이 플래시를 들고 참새잡이를 나섰다. 몇 집을 털고 나니 망태기가 제법 묵직했다.


우리 집 뒷마당 처마 끝을 뒤지던 구 씨 아저씨가 홀연 고함을 지르며 자기 집으로 뛰어가는 게 아닌가? 뱀에 물렸단다. 겨울밤에 집지킴이 구렁이도 참새사냥을 나선 모양이란다.

자기 집으로 뛰어간 구 씨 아저씨는 여물을 쓰는 작두에 오른 손가락 중지를 집어넣고


"싹둑"..


독이 퍼지기 전에 자가진료를 했단다.


그래서 구 씨 아저씨는 오른 손가락 중지의 첫마디가 없다. 구 씨 아저씨는 술자리에서 참새구이를 먹으며 "혈서를 쓴다"고 손가락을 잘랐단다. 안중근의사를 들먹이며..

사람들은 구 씨 손가락 절단 사건을 "참새들의 응징(應懲)"이라고 불렀다...(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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