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수켓토 (꽁뜨)

어느 겨울의 추억(追憶)

by Morpheus

지나간 그때 그 겨울들은 왜 그리 추웠는지 생각들이 분분(紛紛)하다. 산촌의 겨울 아침 은 늘 맑고 깨끗했다. 하늘은 유리알처럼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투명하고 처마에 달린 고드름은 수정같이 반짝였다.

하늘이 맑아 겨울이 그리 시렸던가? 오염되지 않은 산촌의 공기는 칼날같이 서슬이 파랗게 서 있었다.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기운은 거침없이 가슴속을 얼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는 중화학 산업이 들어오기 전이라 나이론이나 플라스틱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모든 게 자연산 물건들 뿐이었다. 무명옷에 남자들도 무명버선을 신고 다녔고 장갑이란 게 없었다.


가장 따뜻한 옷이 솜을 넣은 누비바지저고리 이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으니 전열기구 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도 그때 그 겨울들을 무던히도 살아냈지 않았던가? 겨울도 사람 살아가는 계절이었다.



추수가 끝나면 부지런한 농부들은 논을 갈아 보리를 파종했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논에다 물을 가두어 꽁꽁 얼게했다. 동구밖 가까운 논에 얼음이 얼면 아이들의 최고의 야외 아이스링크가 되었다. 다 큰 아이들은 발 a수켓토를 탔고 꼬맹이들은 앉은 수켓토를 탔다.



수켓토라 하지만 요즘처럼 가죽구두에 날이 달린 날렵하고 멋진 스케이트가 아니었다. 도톰한 판자에 고무신 밑창을 본뜨고 밑바닥에 굵은 철사줄을 감은 날모양의 나무를 붙인 모양새였다. 양옆에 못을 박아 요즘 운동화 끈처럼 고무줄로 동여매면 된다.

앉은 수켓토는 그 철사줄을 감은 날모양의 나무를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널판자 양쪽 밑에 붙이면 된다. 손잡이 나무에 철사를 박아 송곳모양으로 만들어 양손에 쥐고 얼음을 찍으며 앞으로 나갔다.


굵은 철사는 주로 마당의 빨랫줄에 사용 되는데 b관우가 내 수켓토를 만들어 주려고 빨랫줄을 자르다 엄니에게 혼나고 c열쩍어 하던 표정이 기억난다.




손재주가 좋은 관우가 만들어 준 발수켓토는 진짜 멋졌다. 수켓토를 몇 번만 타면 철사날 의 녹이 닦이고 반드러워 얼음에 미끄러짐이 요즘 빙상경기 스케이트보다 빨랐다. 추운 줄도 모르고 해질 때까지 얼음논바닥을 누비고 다녔다.


진짜 그때에 동네에서 최고의 스케이터 (Skater)였다. 그 원시적 목제(原始的木製) 수켓토를 타고 점프나 회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네 사람들이 천부적 소질이 있다고 했다. 기실은 그 수켓토가 생긴 이후 아무리 추운 밤에도 몰래 나가 밤늦게까지 탔다. 넘어지고 깨지고 발이 퉁퉁 부을 때까지 수켓토를 타고 또 탔다. 그래서 시골 동네의 최고가 되었고 꼬맹이들의 선망의 대상, "수켓토 챔프"가 되었다..

a 수켓토: Skate. 그때 시골에서 그렇게 불렀다
b 관우: '어느 뜨내기 인생 스토리'의 주인공
c 열쩍다: 겸연쩍고 민망하다. 열없다의 비표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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