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When?
# 플랫 화이트 한 잔 주세요 (4)
## Since When?
플랫 화이트에 대한 열정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자라났다. 플랫 화이트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료인데 정작 호주에 있었을 때는 카페라테를 더 즐겨 마셨다. 당시에는 카페라테가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무엇을 주문할지 마음속으로 정해놓았지만 늘 메뉴를 훑어본다. 플랫 화이트를 발견하면 호주에 살던 짧은 시절이 떠오른다. 호주에서 처음 접한 플랫 화이트 주문이 들어오면 늘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우유 스팀을 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카페라테와 플랫 화이트는 자매 같다. 카페라테가 언니 같고 플랫 화이트가 동생 같다. 비슷한 체형의 자매끼리 옷을 바꿔 입듯이 카페라테와 플랫 화이트는 종종 커피 잔을 바꿔 입는다. 커피는 메뉴에 따라 다른 잔을 사용하는데,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플랫 화이트는 저마다 다른 잔에 담긴다. 하지만 차별을 두기 위해 카페라테와 같은 잔에 담지 않는다. 플랫 화이트와 카페라테는 크레마와 우유가 섞인 윗부분만 봐서는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잔을 이용해 구별한다. 옆에서 우유 거품의 두께를 보면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먹만 한 자기 재질의 커피 잔에 주거나 혹은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주는데, 카페라테가 커피 잔에 담기면 플랫 화이트는 유리잔을 쓴다. 혹은 반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되돌아보면 한국의 플랫 화이트는 유리잔에 나오는 경향이 더 강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커피 잔이나 유리잔이나 항상 잔 받침*에 올려 준다. 잔 받침을 사용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멋과 위생 그리고 실용성이다. 잔 받침을 사용하면 있어 보인다. 달랑 커피 잔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보다 커피 잔 받침이 함께하면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되는 느낌을 준다. 테이블을 차지하는 공간이 더 많아지니 허전하지 않고 푸짐한 느낌을 준다. 또 잔 받침은 음료가 흔들릴 때 바닥이나 테이블에 흘리는 것을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티스푼이나 간단한 디저트를 올리기에도 알맞다. 종종 비스킷이나 초콜릿을 담아 주기도 한다.
* 잔 받침: 받침 잔 혹은 소서(Saucer)라고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면 도자기 재질의 커피 잔과 한 세트인 잔 받침을 유리 잔과 함께 내놓는다. 유리 잔과 한 세트인 잔 받침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진 유리 잔과 종종 아귀가 맞지 않아 잔이 흔들린다. 그럴 땐 잔 받침 위에 티슈를 깔고 유리잔을 놓으면 티도 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특정한 단어나 사물에도 개인적인 경험이 섞이면 더 뚜렷이 기억한다. 플랫 화이트는 호주의 커피 문화를 넘어 호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 맛집과 카페, 호주의 묘한 향기를 떠올리게 해 준다. 플랫 화이트는 호주를 그리워하는 상징이 되었다. 한국에 와서 그렇게 그 추억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