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ver
# 플랫 화이트 한 잔 주세요 (5)
## Best Ever
본 글은 절대 특정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따라서 특정 업체의 상호명을 일부 가리도록 하겠습니다.
플랫 화이트 하나로 5개의 시리즈를 쓸 말이 많다는 것이 놀랍다. 하고 싶은 말은 쓴 글 보다 더 많지만 너무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어 여기까지 풀어낸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여기서 플랫 화이트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겠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정말 맛있는 플랫 화이트를 만드는 카페를 공유하고 싶다.
‘플랫 화이트 한 잔 주세요’를 1편부터 지금까지 읽어봤다면 어떤 플랫 화이트의 의미와 차이점, 맛있는 플랫 화이트를 구별하는 법, 그리고 플랫 화이트가 카페 메뉴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알 것이다. 이제 카페에서 당당히 플랫 화이트를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플랫 화이트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잘 만든 플랫 화이트를 마셔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에는 기준이 될 만한 카페를 딱 3곳만 추천해본다. 서울 거주자가 아니므로 서울에 위치한 카페는 잘 모르니 참고하자.
##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정지* 커피로스터즈
수원시 장안문 근처에 위치한다. 본점 이외에도 여러 개의 지점이 있는데 본점을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오래된 양옥을 개조하여 오픈한 카페다. 마당을 지나 본관에 들어가면 넓지 않은 바에 3~4명의 바리스타가 열심히 커피를 만들고 주문을 받고 있다. 아메리카노는 4,500원, 플랫 화이트는 5,000원, 그리고 카페라테는 5,500원이다. 손님이 늘 많아 자리잡기가 어렵다. 또 행궁동에는 관광객이 많으니 주차자리는 기대하지 말자.
이 곳의 플랫 화이트는 정말 고소했다. 고소를 넘어 구수했다. 견과류를 갈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유 스팀도 정말 깔끔하게 잘했다. 맥주 거품보다 부드럽고 크레마를 잘 부셨다. 윗면만 봐도 이 카페의 높은 수준을 알 수 있다. 라테아트를 보면 가장 기본적인 하트 모양이지만 하트 안쪽에 레이어를 넣었다. 그냥 하트는 라테아트 초보고 레이어 하트는 라테아트 중수 정도 된다. 급이 다르다.
행궁동에는 많은 카페가 있다. 하지만 카페랍시고 정말 카페인 곳은 흔치 않다. 외관이나 인테리어를 강조하거나, 디저트를 강조한 카페보다는 여기처럼 정말 카피 본연에 집중한 곳이 알짜배기 카페라고 말하고 싶다. 행궁동에 간다면 여기는 꼭 들려보자.
## 경상북도 경주시 황리단길 노워*
경주의 떠오르는 명소, 황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카페다. 2층 건물인데 특이하게도 2층에 바가 있다. 2층에서 주문을 하고 음료를 받는다. 2층보다는 1층에 앉을 공간이 더 많다. 여기도 물론 자리가 없다. 황리단길 특성상 주차할 장소도 없다. 바에는 3명의 직원이 있는데 1명은 주문과 서빙을 나머지 두 명은 음료를 만든다. 커피 머신이 올라간 바도 상당히 특이하고 그라인더가 3개나 있다.
이 카페의 대표적인 메뉴는 엑설런트다. 라테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주는 데 상당히 인기가 있다. 하지만 플랫 화이트를 좋아하는 만큼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맛은 부드럽다. 여기도 플랫 화이트의 포인트를 잘 캐치했다. 플랫 화이트처럼 우유가 들어간 화이트 커피와 잘 어울리는 원두는 고소한 원두다. 부드럽고 적당히 고소하게 잘 넘어간다. 에스프레소의 샷과 우유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우유 스팀은 위에서 언급한 카페의 그것보다 더 부드럽다. 여기도 레이어를 응용한 하트로 라테아트를 해주었다. 바쁜 카페의 특성상 간편한 하트를 그리면서 레이어로 포인트를 주었다. 사용하는 컵도 작지만 음료는 컵을 꽉 채우지 않았다.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면서 어차피 많은 양을 기대하지 않았고 저 정도의 양이 딱 내가 원하는 양이다.
## 경상북도 안동시 문스* 커피
지인의 추천으로 가게 된 카페다. 안동시청 위에 위치했는데 손님이 많지 않다. 위치가 조금 좋지 못한 편이다. 내부의 인테리어는 깔끔이다. 남자의 손길이 많이 닿은 느낌을 준다. 직원 없이 혼자 하는 카페다.
사실 이 카페에는 플랫 화이트가 없다. 하지만 플랫 화이트가 있는지 물어보면 주문이 가능하다. 종종 주문하는 고객이 있는 모양인지 ‘카푸치노 혹은 플랫 화이트로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 카페의 사장님은 라테아트 고수다. 손님이 많이 없는 탓인지 플랫 화이트나 카페라테를 주문하면 영혼을 쏟아붓는 라테아트를 해주시는데 정말 화려하다. 다른 고객들도 알아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플랫 화이트의 맛은 조금 밍밍하다. 우유 스팀도 조금은 뭔가 부족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밸런스는 적당해서 마시기에는 부담이 없다. 안동이라는 중소도시의 특성상 이만큼의 퀄리티도 사실 흔치 않다. 집 근처에 있다면 별 의심 없이 데일리로 마시기에는 이미 충분한 퀄리티이다.
특정 업체의 홍보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카페를 추천한 이상 홍보의 성격이 짙다. 한국 카페 시장에서 개인적인 바람은 인테리어나 인스타 자랑용 카페보다는 정말 카페다운 카페스러운 카페가 많아졌으면 한다. 적어도 우유 스티밍은 제대로 하고 커피 머신 관리도 깨끗이 하는 그런 카페 말이다.
플랫 화이트 한 잔 주세요. (끝)
플랫 화이트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커피입니다. 카페라테보다 더 찐해서 그래서 원두와 우유가 잘 조화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카페라테와 별 차이 없기도 하지만 또, 만들기도 조금 더 어렵습니다. 깐깐한 친구죠. 많은 카페가 플랫 화이트 메뉴를 내놓고 신맛이 강조된 원두가 아닌 고소한~ 원두를 써서 달달한 우유와 잘 어울리는 맛을 선보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