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도 전세도 아닌, 집을 짓는다는 선택

한국패시브건축협회에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by Jason

사람들은 "집을 짓는다"라고 하면, 흔히 초원 위에 자리한 전원주택을 떠올린다. 그리곤 으레 이렇게 묻는다. "마당이나 잔디 관리 귀찮지 않아? 어떻게 할 거야?"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집을 짓는다는 행위는 전원주택을 떠올리나 보다. 나도 역시 처음엔 경치 좋고 마당 있는 전원주택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마당관리의 어려움이나 벌레에 대한 고민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곧 생각이 바뀌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왜 꼭 전원주택이어야 하는가?


집을 짓고자 고민하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으로 최대한 큰 집을 짓는 것을 희망한다. 돈은 정해져 있고 큰 집을 바라니, 시내에 위치한 비싼 땅 보단 근교나 외각에 위치한 저렴한 땅을 매입하고 그 위에 집을 짓고자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근교에 전원주택을 짓는다는 공식이 일반화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처음부터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단독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살아보면서, 우리에게 맞는 구조를 체험하고 그것을 설계에 반영해 짓는 방법도 고민했다. 그러다가 운 좋으면 이미 지어진 단독주택을 매입하는 것도 동시에 고려했다. 이 두 가지 생각을 갖고 매물을 찾아다니고 직접 답사하기도 했다.


당시 나는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홈페이지에서 한국 건축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집을 짓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했던 만큼 건축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나는 협회의 기술자료들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나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노가다로 불리는 토목업에 종사했지만 나는 일터에 따라다니지도 않았고 토목과 건축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토목업에 종사한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공사장을 지나칠 때 뭔가 유심히 보았던 것 같았다. 협회를 통해 건축에 대해 공부하면서 '좋은 집', '바른 집'에 대해 알아갔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동네의 매물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실망스러웠다.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한데,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지거나, 복잡한 구조 때문에 단열이나 유지보수에서 단점이 너무 많았다. 그 모든 집들을 직접 보러 다니면서, 나는 내 공부가 이론이 아니라 실전으로 체화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이 집을 이 가격에 사느니, 내가 짓겠다'는 결심이 자라났다.


그 무렵 나는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매물로 나온 땅이 있는지 직접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동네에 빈 땅이 매물로 올라왔는데, 놀랍게도 부모님 댁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불과 직선으로 200미터 거리였다. 딱 집 한 채 지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에 입지도 좋았다.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땅이 하나 있는데, 저기다 지어볼까?" 아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좋지! 지금 바로 사자!" 너무 빠른 답변에 당황했다. 아내말만 믿고 지르자니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도 여쭤보니 "좋은 생각이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라고 응원해 주셨다.


사실 내가 평생 보아온 어머니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종종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경치 좋은 단독주택에 혼자 사시고 싶으시다는 말을 종종 하셨다. 어머니께서도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으신 게 분명했다. 그 소망을 아들이 대신하여해 본다고 하니 응원해 주신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고민도 있었다. 내가 집을 짓지 않으면 그 땅은 필요 없는 구매이니 말이다. 하지만 당장 짓지 않더라도 땅은 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니, 최악의 경우 되팔면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고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말로 덜컥 사버렸다.


그렇게 집을 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집을 짓는 일련의 과정을 소소한 회상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짓고 나서의 아쉬움 등을 공유하며, 개성 있는 소규모 건축물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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