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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홀로서기 결심하다

1. 가장 두려운 것 " 혼자"

by 정은초


자기 전 귀신 이야기를 들으며 잠들고 귀신이 나오는 영화응 재미 없어 안 보는 내가 가장 무서운 것은 "혼자"라는 것 이다. 꽤 여러번 혼자여도 괜찮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하다 보니 그 존재는 더욱 포악해지며 나를 위협한다.


태어난 뒤 1년 엄마의 보살핌을 받다가 이혼으로 엄마와 멀어지고 할머니와 아빠와 살았다. 아빠는 중학교에 올라가서야 낯이 풀릴만큼 데면데면 했다. 할머니가 많이 애써주셨지만 나는 우울을 키만큼 키워자랐다.

외동이다 보니 형제 자매들과 싸우고 화해하는 갈등에 대한 면역이 없는 체로 초등학교에 갔다. 늘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들 보다 못나지 않으려 튀지 않으려 매일이 피곤했다. 사람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리워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는 멀리 나와 기숙사에 살고 20살이 되자마자 나는 대기업 생산직에 들어갔다가 10개월 후 사무직으로 발령이 났다. 내가 있는 부서에 나처럼 고졸 출신은 몇 없었고 in서울 능력자들이 일하는 곳 이였다. 그 곳에서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느껴지는 차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아빠는 경제력이 없었고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내가 그래도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안도를 하고 계셨기에 아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일도 버겁고 사람들도 낯설고 친해지려 노력해도 어른의 세계는 공통점이란게 없으면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도태되지 않게 아둥바둥 발길질하며 버텼다. 그 사이에 나는 폭식증과 우울증으로 퇴근하면 토하고 싶을 떄까지 음식을 우걱우걱 집어 넣기 바빴다. 소통할 곳도 없고 그저 티비와 음식만이 내 위로고 친구 같았다. 살이 찌고 나니 더더욱 자신감이 사라졌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밝고 활달해서 성격이 좋다고 했다. 나는 그 가면을 벗고 싶지 않아 무리를 하며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나의 내면에 우울하고 재미 없는 인간을 들키면 외로워질 것 같아서 두려웠가. 자존감도 바닥이고 폭식증으러 살도 찌니 연애도 잘 되지 않았다.

20대 중 후반에 들어서자 넉살도 생기고 회사에 생리에도 적응해가며 부서이동을 하고 나름 업무적으로 인정받으며 좀 살만해졌다.

그럼에도 자주 자기 전 벽을 보며 울었다.

외로워서.



친구들과 한바탕 놀고 들어와도 내 인생이 허무했다. 혼자선 무엇도 하기 두려웠다. 자신감은 어릴때 부터 없었에 나는 항상 생존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다. 혼자서 폐지를 줍거나 외로움에 미쳐버려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는 할머니가 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지독하게 혼자 지냈으면 좀 익숙해지고 도가 틀만도 하건만 ..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였다. 취미 생활도 해보고 어느 날은 밖으로 나가 영화도 보고 돌아왔는데 지독하게도 고독했다.

내가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자 두려움은 더욱 커졌고 나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마츠코처럼 생각했다. "맞더라고, 혼자보단 나아" 지독하고 고독하고 외로워본 사람에겐 아마 인생영화가 될 것 이다.

누구라도 옆에 있어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안 좋은 남자도 놓치 못 했다. 혼자보다 나으니까..


그렇게 수백번 외로움과 싸우면서 드디어 베필을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 지금 나는 이혼 위기에 있다.

그리고 나는 또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사람을 잃어서보다 내가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날 두렵게 한다.

의존적인 성격으로 믿을만한 친구, 언니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넌 혼자서도 잘살거야. 이혼은 흠도 아니야"라고 말해준다.그들의 말을 믿고 싶지만 내가 생각하는 혼자는 포악하고 거대해서 나를 잠식해버리는 괴물 같아서 그 안으로 다시 빨려들어가는걸 생각하면 숨이 막힐 정도다.


그러다 문득 이게 내 숙명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외로움이라는 게 내 인생에 숙제라면 나는 마주할 수 밖에 없구나. 나는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고 겁을 내고 두려워해도 피할 수 없는 숙명 이라면 뛰어넘어야 한다고 ..

그런 말이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혼자가 두려워서 다른 힘듬을 참는 건 과연 좋은 선택일까? 나의 기준에 맞고 틀린 기준이 확실함에도 혼자가 될까봐 선택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번에야 말로 혼자라는 외로움과 결승전을 벌일 순간이아닐까. 이혼을 하더라도 혹은 하지 않더라도 나는 의지하는 모든 것에서 홀로서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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