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를 만났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참 군더더기 없는 친구인데,
늘 만나면 기분 좋고 대화가 즐겁다.
이 친구를 만남으로써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던 계획이 분명해졌다!
올해 들어서면서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이 생겼었다.
나는 예전부터 맥시멀 리스트였다.
전반적인 생활 태도가 한가지 연장선에 있었는데
물건을 사도 기쁨은 잠시, 금새 또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산다
먹을 때도 마찬가지, 매일매일 먹어도 만족을 몰랐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것에 따라 돌아오는 죄책감
내 자신에 대한 부정, 혼란스러움 등.
미니멀리스트까진 가지 못해도
최소한 필요없는 것들을 비우고,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어서
올초부터 계획을 잡고 있었다.
저번주말, 4시간에 걸쳐 집을 정리했다.
재활용 정리박스 3번 비우고, 불필요한 옷은 120리터
일반 쓰레기도 100리터 쓰레기 통을 거의 채웠다.
버리면서 느꼈지만 이런게 있었어? 할 정도로
구석에 뒀던 물건들도 많았고, 같은걸 두세개씩 사모았던 것도..
[정리한 리스트]
- 냄비, 후라이팬, 믹서기(1년에 1번쓸가말까), 밥솥(안쓴지반년)
- 그릇,접시들
- 수저 외 기타 도구
- 플라스틱 물병, 기타 보관용기들
- 쓰지않는 컵들
- 안써서 굳은 조미료, 일회용 식품 등
- 멀티탭 케이블류 다쓴 건전지
- 안입는 옷(안입은지 5년전 옷도 있었다..)
120리터 봉투를 채웠다
- 통장/카드(회사 분쇄기로 처리)
- 안쓰는 가방들 (거의 다 버린듯)
- 안신는 신발
정리 후에 느낀 건 좀 놀라웠다.
떠올리기만 해도 복작 복작 하던 서랍속
찬장 속이 이제 어디에 뭐가 있는지가 확연이 떠오른다는 것
그러다보니, 어딘가에 내가 모를 무언가가
방치되어있거나 잘못되어있다 라는 막연한 걱정이
조금이라도 신경쓰이던 부분이 사라진 졌다는 것
전에는 이런 상황이였다.
보리물을 끓이고 싶은데, 그럴려면 엉크러진
싱크대위에 있던 걸 대충 미뤄놓고
미뤄놓으면서 언제 정리하지?아 눈이 복잡해!
아몰라 ..하면서 보리차를 끓이기도 전에 스트레스.
서랍을 열어서 주전자를 찾는데 얼키설키 쌓여잇는
냄비 후라이팬 사이에서 주전자 꺼내느라
우당탕 소리가 나고, 꺼내면서 또 헝크러지는 서랍안을 보며
이건 언제샀었지? 저것도 안쓴지 오래됐네
하면서 내가 너무 대충사나 싶은 왠지 모를 죄책감
끓이고 나서 옮겨담을 통을 찾는일도 마찬가지
과장으로 보이겠지, 인지하지 못 하지만
무의식 중에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저랬다.
아주 작지만 간질간질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상황들.
다 정리를 한 후 한동한 끓여먹다 그만뒀던 보리차 티백이
반이나 남았길래, 이미 정리된 싱크대위에 (이젠 정리할것도 없다)
주전자를 꺼내고 (꺼내는 과정도 깨끗하다)
끓이기만 하면 됐다.
너무나 단조롭지만 마음편한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해야할 것이 명확해지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
부엌을 생각하면,
보리차 티백이 반이나 남았다. 꾸준히 끓여서 다 먹어야지
이것밖에 내가 해야될 게 없었다.
정리며 이것저것 쌓아둔 모든게 사라졌기에 너무나 명확하다.
그리고 그 한가지로 뿌듯함이 채워졌다.
예전엔 내가 너무 많은 것들과 생각들에 쌓여있었기에
혹시 내가 놓치고잇는게 있는지, 내가 뭘해야하는지,
늘 긴장했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젠 걱정할 거리가 줄어드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정리할 것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내 삶을 비게 하는게 아니라 채워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정말 좋아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걸 갖고
그거 하나로 만족하는 것
그런걸로 내 삶을 채우는 선택과 집중을 계속해서 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