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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홀로서기 결심하다._2

2. 나의 성격과 생각회로 이해하기

by 정은초

나는 어릴 적부터 조심스러운 아이였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고, 타인의 시선은 늘 나를 평가하는 눈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불편해하거나,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일이 생기면 깊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럴 때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왜 남들은 괜찮다고 넘기는 걸 나는 이렇게 오래 끌어안을까?’ 하는 자책도 함께 따라왔다.

내 안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다. 나이에 맞게, 역할에 맞게, 기대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 불안이 몰려왔다. 누군가는 “그 정도는 그냥 넘겨도 돼”라고 쉽게 말했지만, 내 마음은 그걸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마치 작은 실수 하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무너뜨릴 것 같은 두려움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악몽을 꾸면 내가 억울한 상황에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꿈을 꾸곤 했다.

SNS 속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멋지고, 뭔가를 이뤄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렇게 보여야 할까? 아니면, 그 사람들만 잘나가는 것 같아 더 초라해져야 할까? 비교는 나를 더 작게 만들었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더 나를 남의 기준에 맞추게 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연습을 시작했다. “나는 왜 이렇게 반응할까?”, “이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질문하고, 돌아보고, 때로는 아무 결론 없이 감정을 껴안아보기도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려니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내가 숨 쉴 수 있는 작은 여유가 되었다.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예민함도, 죄책감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든 감정이라는 걸. 내가 나를 다그치지 않고, 조금 더 부드럽게 다루기 시작할 때 비로소 진짜 나로 설 수 있다는 걸.

혼자 있는 시간을 불안해하지 않고, 남의 눈치를 덜 보려고 애쓰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이 내 삶에 잔잔한 평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

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것.
나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나를 품어주는 것.
이제 나는, 그렇게 조금씩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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