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혼에 대한 착각
나는 꿈이 결혼이였다. 평생의 외로움이 숙제라 나의 가정이 생기고 나를 떠나지 않을 남편과 아이들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바라곤 했었다.
꿈으로 두니 잘 이루어지지 않는 건가?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가는 길에 험난하고 참 힘들었다. 결혼은 나 자신 뿐 아니라 날 둘러싼 환경과 나의 가족까지 받아들여야 가능한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면 잘 울기도 했던 내가 정작 내 결혼식에서는 울지 못했다. 눈물이 나지도 않았고 그렇게 꿈꾸던 결혼이 이런건가? 현실감에 실망스럽기도 했다.
결혼 준비 과정부터 적어도 1인분은 해주길 바랬던 남편은
0.5인분도 버거워 했지만 원래 결혼 준비는 여자가 더 많이 할 수 밖에 없다는 말로 위안 삼으며 해냈다.
살면서 생각했던 결혼 생활은 나날이 깨져갔다. 결혼은 듬직하고 마음이 편한 줄 알았다. 기대했던 안정감이 남편의 게으름을 세심히 지켜보고 불안에 떠느라, 우리 아빠 뿐 아니라 상대의 부모님의 노후도 걱정하느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남자를 믿어도 되나? 왜 이런 고민을 지금에서야 하는 걸까. 외로움과 나이에 쫓겨 '이정도면 뭐'라고 타협했던 게 문제였을까. 나는 혼자 살때보다 더 큰 책임감과 중압감을 가지고 남편과 나의 인생을 계획했다.
남편은 낙천적이고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면을 닮고 싶다가도 그러기엔 우리의 상황과 미래가 불안정하게 느껴졌다. 나의 불안함을 잠재워 주기에 경제적으로도 사람으로써 든든함도 남편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같이 잠을 자는 불편함도 익숙해지려 노력하기 보단 각방을 제안했고 1년간 갖은 노력을 하다 결국 각방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과연 남편이 아이와 함께 잘 수 있을까? 늘 내 몫이 아닐까?
항상 위험을 감수하고, 알아보고 결정을 내리는 건 나였고 남편은 그저 넷플릭스와 침대만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었다.
남편의 회식날 늦게 끝나서 택시를 타야할 땐 나는 데리러 갔다. 하지만 남편은 데리러 오려고 하지 않았고 데리러 한번 와달라는 말에 귀찮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헤어짐을 고민하는 사건도 나는 남편의 밑바닥을 감히 상상하지도 않고 의심하지도 않았지만 남편은 너무 쉽게 나를 의심하고 나를 그런 여자 취급했다.
3년동안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어째서 이 사람은 나를 이렇게 가볍게 생각할까. 놀랍기도 했다.
그러면서 혼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혼자란 외롭고 쓸쓸한게 아니라 나를 훼손할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혼자 주말을 보낼 때 늘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길, 누군가 나를 찾아주길 바라느라 혼자란 시간을 잘 즐기지 못 했다. 지금은 믿었던 사람이 나를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다는 수치스러움과 배신감이 든다. 최선을 다했지만 훼손당했다.
오롯이 나의 아빠, 그리고 나의 삶만 짊어지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삶이 아니였을까? 결혼이란 환상이 나에겐 너무 커서 어떤 힘든일도 어려운 일도 같이 해줄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다고 생각한 내 결혼 가치관이 한참 잘못됐다는 걸 요즘에서야 느낀다. 허무하고 덧없다.
하지만 이 시간이 아마 나에겐 꼭 필요했던 것 같다.
환상을 깨고 현실을 보라고. 내가 오롯이 홀로 서기 위해 겪어야 될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난 그 터널안에 있다.
이 터널을 나가면 나는 누가 옆에 있어도 있지 않아도 혼자 즐겁게 걸어나갈 수 있게 홀로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