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나랑 친해지기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컸다. 화장품 영상만 찾아보고 반복해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색을 찾아 소비를 멈출 수 없었다. 옷도 신경써야 했고 화장에도 진심이였다.
그랬던 이유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버릇이 있어서 SNS에 중독되거나 충동적인 소비를 반복하곤 한다. 남에게서 인정 받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괴롭다. 그러니 자꾸 허기지고 그 공간을 소비로 채우고 그래도 부족하고..
화장을 열심히 탐구해보니 화장은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잘 보이려고 온갖 화려함과 물건들로 나를 채워도 마음이 공허한 건 얼마 안가 탄로난다.
내 눈매에 맞는 색과 두께 그리고 적당한 음영과 자연스럽 혈색이 가장 자연스럽고 예쁜 모습인데 속 마음을 가리려 얹고 더 얹으니 보는 사람이 부담스럽다. 그렇게 나답지 않은 모습을 연기하다보면 상대도 부담스럽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를 제일 친해지고 싶은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는게 가장 첫 단계였다.나는 생머리보다 웨이브가 어울리네. 일주일에 약속 2개는 힘드네? 소화 할 순 있겠지만 지쳐서 즐겁게 즐기진 못하는 구나 앞으로는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땐 다른 약속 패턴을 조정하자.
나는 지쳤을 때 쉬고 싶어도 긴장을 잘 못 푸는 편이지.귀찮아도 위로가 되는 에세이 펴서 보면 꽤 몰입해서 보고 긴장이 풀리는 스타일이네. 기분 나쁜 일은 일기에도 적지 않고 후에도 떠올리기 싫어서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쓰지 않고 느낀점만 간단히 정리한다. 그런데 일기 대부분이 느낀점과 반성 위주구나. 앞으로는 즐거웠던 일 고마웠던 일을 잊지 않고 써볼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만 봐도 어색한 내가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는 게 왠지 민망스럽고 어색하지만 내가 동경하는 누군가처럼 나도 나만의 개성과 방식이 확실히 있단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볼 방법들을 정리해보면 내가 나를 케어하는 기분이 든다.
인생은 태어난 이상 고통이라는 말을 공감한다. 한 고비 넘겨 잠시 평온하다가 결국은 또 파도가 들이닥친다. 가끔 그런 일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지쳐버리는 때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미래를 예상하려 하고 대비하려 하는 건 내가 불안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비하려는 건 그만큼 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잘 살고 싶어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은 수만가치 가능성을 생각하고 대비하는 일.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일은 생각보다 적고, 일어나도 내가 상상한 대로 대처가 어렵다. 즉 생각도 에너지인데 나는 쓸데없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느라 정작 지금 순간을 즐기거나 즐기지 못 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닥쳐와도 난 알아서 해결 할거야
라는 자기 믿음이 없으니 세상은 두려움 투성이이다.
35년 동안 난 살아남았다. 외롭고 힘들었다고 해서 삐뚤어지지도 않았고 회사에서 오래 버티며 일하고 있고 연약하고 힘없는 나라는 인간이 끈질기게도 35년을 버텼다. 그것 만으로도 나는 강하다. 버틴 사람이 강한거야
나를 가장 무시했던 건 나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