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단순화
할 수 있는 것을 단순화 해보기로 했다. 남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 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들만 남겨봤다.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 했다. 그러니 여행도 보여주기 위해 가고 싶던 좋은 레스토랑도 흥미가 떨어졌다. 다른 친구들이 뭐하고 사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원래 그랬던 것 같다.그저 안 궁금해도 보였을 뿐이다.
그저 나는 읽고 싶었다. 회사에선 최대한 일에만 집중하고 퇴근하면 씻고 집 정리를 하고 책을 읽다가 졸리면 말소리를 틀어놓고 잠들곤 했다. 의식을 어느 한 곳에 집중해야 잡 생각이 나지 않아 바로 잠에 들 수 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졌다. 밀리의 서재로 키워드로 검색해서 당기는 책을 맘껏 담고 읽어댔다. 읽고 순간 순간에 집중하고 늦지 않게 잠들고 다시 일하고 단순한 루틴을 익혀나갔다.
걱정도 분노도 시간이 지나니 가라앉았다.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4주가 지나니 어떤 욕심도 후회도 남지 않는다. 담담해졌고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와 우리가 이혼을 하게 되든 같이 살게 되든 어떤 것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우린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는 점이었다.
남편에게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출장이 2주 지연되었다고 나는 어떤 감정도 없이 알겠다고 했다. 다만 우리가 계획해 놓은 여행을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당황하며 취소했을 줄 알았다고 했다.
남편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이혼을 말하고 혼자서 정리를 해나가는 모습에 분노하기도 했었다. 아직 우린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하지 못 했는데 쉽게 관계를 정리하는 그의 모습에 실망스럽고 황당했지만 그 분노도 감정도 그 사이 사그라들었다.
여행이 취소가 되지 않아서 이미 비용을 지불했다고 하니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럼 나 혼자가야되나? 생각이 들었다.
같이 계획한 여행인데 내가 준비를 맡았기 때문에 나의 숙제로 남다니. 남편은 늘 이런 식 이였지.
다시 감정이 일어나나 싶었지만 금새 가라앉았다.
남편의 이런 부분은 나의 마음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된 모습이니까 남편스럽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여행을 가야할까
아니면 여행을 취소해야할까. 아직 혼자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데 이것도 홀로서기 수행이라 생각하고 도전해야할까.
고민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