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관계를 살리는 자기표현
'신이 내린 목소리'로 불리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조수미는 어머니의 못다 이룬 성악가 꿈을 이루기 위해 혹독하게 키워졌다. 방 안에 갇혀 하루 8시간 연습을 해야 했던 조수미는 어머니가 누구의 아내, 엄마도 아닌 음악 하는 멋진 예술가로 살길 바랐다고 한다. 성악가로서의 꿈을 접고 결혼생활을 해야 했던 어머니는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딸이 이루어 주길 바랐다. 조수미를 임신하고 마리아 칼라스 앨범을 24시간 들었다고 전해진다. 어린 시절 100번도 넘게 바흐 피아노 늘 쳐 지금도 바흐를 싫어한다는 조수미는 그렇게 싫어하는 피아노를 쳤는데 싫다고 한 적 없냐는 질문에 3번이나 가출했었다고 한다. 서울대 수석 입학한 20살 불같은 첫사랑을 한 조수미는 연애를 하느라 F학점을 맞고 학교를 제적당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하겠다는 딸에게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서둘러 유학을 보냈다.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어 원망도 많이 했지만 조수미가 성악가로 사는 건 어머니의 꿈을 자신이 대신 이루어야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다. 지금은 어머니가 치매로 딸의 얼굴도 못 알아본다. 어머니의 스파르타 교육에 어린 시절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는데 어머니가 있었음을 깨닫고 감사한다, 최근 대화의 희열에 출연한 조수미 성장 고백이다.
어머니의 성악가 꿈을 대신 이룬 딸 조수미. 지금은 세계적인 성악가로 쉴 새 없이 살고 있지만 치매에 걸려 딸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는 요양원에서 생활한다. 조수미는 이제까지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엄친아'로 살아왔다.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공연 다니느라 집에는 두 달에 한 번 오기도 힘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장례식에 오지 말고 공연에 집중하라고 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어머니 곁에서 간호할 시간 갖기 힘들어 마음 아파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아프기 시작하면서 조수미는 언론에서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음악 하는 멋진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해야 했던 시간들과 어린 시절 어머니 꿈을 이루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지루하고 힘들었던 연습에 대해 말한다. 어머니 기대대로 살아왔지만 더 이상은 어머니 영향력이 약해져서 일까?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분이 정년 퇴임을 하면서 " 이제까지는 어머니를 위해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나를 위해 살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다.
조수미처럼 뛰어난 성악가 자질과 혹독한 연습을 감당할 힘을 내 자녀가 갖고 있다면 부모가 못다 이룬 꿈을 자녀가 대신 이루어주길 바랄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는 부모의 기대가 자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부모가 시켜서 아이를 뛰어나게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어느 부모라도 욕심나지 않을 수 없다.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욕구와 아이의 욕구는 다르다. 부모가 원하는 기대가 있겠지만 자신의 꿈과 비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율성, 창조력을 통한 자기표현, 성취감은 매 순간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중요한 가치이다. 이런 욕구들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생동감을 느끼고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하며 살아간다. 자녀 삶에 자기 결정권은 어떤 욕구들 보다 소중하다. 프리마돈나로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어 성취감, 보람, 기여, 자기 구현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소소하고 일상적인 삶의 행복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달달한 첫사랑, 저녁 퇴근 후 소박한 식사, 말랑말랑한 아이 팔다리에 뽀뽀하는 기쁨,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는 즐거움, 이 모두가 모두 행복한 삶을 사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인생에서 성공을 손에 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인터뷰를 자주 들었다. " 일에 대한 성공보다 인생을 가장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요" 어떤 욕구는 중요하고 어떤 욕구들은 사소하지 않다. 모두 중요한 욕구이다. 그 욕구를 어떻게 충족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자율성이 우리에게 있다. 자신 안에 있는 욕구 중 한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은 그 욕구를 강렬하게 열망하게 된다. 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지만 요양원에 살아계셔서 조수미는 대화의 희열이란 프로그램에서 어머니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누굴 위해 노래를 부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곁에 함께 할 가족 없이 무대에서 늙어갈 딸을 떠올리면서 어떤 생각을 조수미 어머니는 할까? 여러 생각들이 오간다. 아울러 날마다 지지고 볶으면서 아이들과 전쟁을 하고 있는 엄마들이 조수미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들을 할지 궁금해진다. 엄마로서 자녀를 키우는 욕구 또한 정말 모두 다르니까. 조수미는 오늘의 자신이 있게 해 준 어머니에게 가슴 뭉클한 감사가 있다.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조수미는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평범한 아내로 가정을 꾸리면서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어머니의 기대가 조수미의 오늘을 있게 했다. 어버이날 "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가슴 깊이 노래를 부른다.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 뭉클했다. 세계적인 프리마돈나가 되길 바랬던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인 조수미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TV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어머니와 관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조수미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마음의 치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