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엄마잘못' 죄책감

분노 처방전/ 자책감과 죄책감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by 남정하


모든 일이 기승전, 엄마 잘못처럼 생각돼요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발육이 느린 게 음식 솜씨가 없는 엄마 잘못 같아요.‘’

" 아이가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정해요. 잠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아요. 직장을 다닐 때 충

분히 안아주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 괴로워요.‘’ 사달라고 하는 장난감을 흔쾌히 사주지 못한 것 또한

다른 엄마들처럼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자신의 잘못처럼 여겨진다.

‘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엄마 잘못처럼 느낀다. 모든 일이 기승전, 엄마 잘못이다.

좋은 엄마 노릇하느라 꾹꾹 참았던 화를 사소한 자녀행동에 터트리고 나면, 잘못했다

고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고 눈물 흘리는 아이를 보면 갑자기 미안해진다. 자녀에게 퍼부었던 화가

부모에게로 향한다. 화를 낸 자신이 밉고 한심하다. 밖으로 향하던 화가 이제 자신에게 잘못했다고

화를 낸다. 스스로 자책하고 죄책감을 갖는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화를 낸 부모 자신을 벌주는 것이다.




엄마들이 죄책감을 가지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자학 행동이다.

“ 나는 좋은 엄마 자격이 없어. 사랑이 부족해. 잘 하려 하면 할수록 화가 나 “

언뜻 보기 반성 같아 보이지만 죄책감에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들어있다.

자신의 마음 안에 “우리 엄마는 참 좋은 엄마야! 우리 엄마는 나쁜 엄마야! “

자신을 판단하고 비난한다. 자라면서 부모에게 가졌던 싫고 좋은 양가감정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을 때,

자신을 향해서 자책하게 되고 죄책감을 갖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나쁘다고 비난하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동시에 비난한다. 고마워해야 할 부모를 미워해서는 안 되는데 부모에게

화가 나 있는 자신에 대해 자책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동일한 자책을 반복한다.

사랑하는 자녀를 미워해서는 안 되는데 화를 내는 자신에게

잘못했다고 나무란다. 하루를 지내다 보면 자녀의 행동에 불같이 화를 냈다

돌아서서 사랑하는 자녀에게 화를 낸 자신을 꾸짖고 화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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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책이 많은 경우, 심해지면 우울한 정서가 되기 쉽다.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희생하면서 엄마의 역할을 함으로써 도덕적으로 그만큼 자기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자기를 희생하면서 엄마 역할을 하다 보면

엄마도 사람이기에 그만큼 분노도 쌓이고 결국은 아이에게 그 분노는 돌아간다.

자책을 자주 하는 부모는 자존감이 낮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신에 대한 비난이 가장

자신을 위축되게 한다. 화가 난 건, 화날만한 이유가 있어서 화가 났다.

화는 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원칙에 부모의 감정을 묶어둔다면 감당 못할 상황에 불시에

다시 화가 표출된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할 것이며 자녀의 감정 또한

함께 느끼고 공감하기 어렵다.

자녀가 힘이 없을 때는 부모의 감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지내지만, 커갈수록 차단하고 싶어 한다.

자녀는 가장 약한 존재이다. 부모가 화를 쏟아도 방어할 능력이 없기에 고스란히 영향

을 받는다. 좋은 부모 되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객관적으로 자신의 감정 바라보기

이다. 날마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감정에 무방비를 노출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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