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처방전 / 화가 났을 때 화를 내는 이유는 자신에게 있다.
사소한 일로 시작해 결국 소리 지르고 화를 내야 끝나는 일상들
큰 아이랑 매번 언성을 높이게 되는 일이 있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밥 차려놓고 찌개 불을 끈 다음 밥을 주걱으로 푸면서 아들을 부른다. 한번 말하면 안
오니까 세 번 정도는 부르겠다 마음먹는다.
처음에는 우아하게 " 얼른 나와서 밥 먹어라. 엄마 얼른 밥 차려주고 나가야 돼~~ "
" 알았어 "" 얼른 나오라니까 밥 다 퍼 놓았다니까!" " 알았어!"
아들 소리는 들리는데 움직임이 없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퍼 놓은 밥도 못 먹니? "
" 조그만~~ ""빨리 와 응? 너 엄마가 몇 번 말해야 올 거니?
" 혼지 챙겨 먹지도 않으면서 차려놓은 밥 먹으라는데 이렇게 꾸물거려? 도대체!"
"금방 간다니까요. 밥도 내 마음대로 못 먹어요? 제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엄마 먹고
나가세요 "" 뭐? 좀 있다 먹는다고? 기껏 차려놓았더니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이쯤 되면 뚜껑 열리기 일보 직전이다. 아침부터 밥 먹는 문제로 언성 높이는 나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눈초리로 남편은 잔뜩 못 마땅해한다. 어떨 때는 나도 모르게 거의 히스 테
리 수준으로 악다구니를 쓴다.
" 차려놓은 밥도 제때 못 먹어? 응! 네가 하는 일이 뭐 있다고? “
기분 좋게 밥 차려놓고 맛있게 먹을 준비하다 날벼락이 떨어진다, 제때 나와서 밥 먹
으라고 아들을 부르다가 결국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아들은 방에서 불려 와 짜증이
잔뜩 화난 얼굴로 밥을 먹는다. 밥이 맛있을 리 없다. 보글보글 끓여 내놓은 찌개, 밥 모
두 식어 맛이 없다.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후회가 밀려온다.
날마다 일어나는 사소한 일인데 늘 이런 일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화의 씨앗을 얘기할 때 이런 비유를 들곤 한다. 프라이팬에 팝콘을 튀길 때 버터를 살짝
두른 후 옥수수 알갱이를 넣고 뚜껑을 닫은 채 잠시 열을 가하면 된다. 타지 않도록 불
조절을 하면서 처음에는 뚜껑을 닫았다가 열면 톡톡 잘 튀겨진다. 화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던 씨앗이 터진다.
화의 양과 불의 세기에 따라 금세 톡톡 튀어 넘쳐 오른다.
화가 나는 건 마음속 씨앗이 터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화를 낸 이유는 밥을 차려놓았는데 대답만 하고 나오지 않는 아들이다.
표면적으로 화를 자극한 상황은 부를 때 금방 달려 나오지 않은 아들이다.
팝콘을 튀기려면 버터와 옥수수 알갱이, 프라이팬, 불이 필요하듯 화가 나게 한 조건을
아들이 제공한 것이다. 부모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은 결과다.
화의 씨앗은 평소 미루는 습관을 가진 아들에 대한 불신
화의 씨앗이란 화를 내게 한 상황이나 조건이 아니라 이유, 원인을 말한다.
내가 아들에게 화를 내는 씨앗은 생각해 보면 이렇다.
뭐든 "알았어, 있다가, 그냥 둬, 할게 "
대답한 후 미루는 습관에 대한 못마땅한 마음이 있다. 말하면 금방 움직이지 않고 나중
에 확인하면 하려고 했는데 잔소리한다고 불평하는 아들에 대한 불신이 화를 내게 하는
씨앗이었다. 그러니까 평소 아들의 미루는 습관이 화의 원인이다.
화의 씨앗은 내가 스트레스 상황이거나 시간 여유가 없어 얼른 설거지하고 마무리해야
할 때, 얼른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홀가분함을 맛보고 싶을 때 더 잘 튀겨진다. 화를 내
게 하는 자녀들의 불만스러운 행동들은 결국 화의 씨앗을 터지게 하는 조건이다.
화의 씨앗이 곧 자녀들의 문제행동이 아니다. 화의 씨앗은 내 안에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기대, 욕구, 가치관, 욕심 등이 채워지지 않을 때
자녀의 문제행동과 함께 팝콘처럼 터진다.
틱낫한 스님은 화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의식을 집에 비유해 보자.
집에는 지하실이 있고 거실이 있다. 지하실은 말하자면 잠재의식이고 거실은 표면 의식이다.
화와 우리 마음속의 질병은 잠재의식 속에 씨앗으로 저장되어 있다.
씨앗을 자극하는 것을 듣고 보고 읽고 생각하면 화가 일어나서 거실로, 의식의 표면으로 올라온다.
그 에너지가 거실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화가 차오르면 우리는 고통을 받는다.
고통과 슬픔과 화와 절망은 그 씨앗이 충분히 커지면 지하실에서 거실로 올라오려고 한다.
우리에게 자기를 봐달라고 아우성친다. 우리는 대면하기가 괴로워서 감정들이 거실로
올라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올라오지 못하도록 억누른다.
습관적으로 다른 손님들을 잔뜩 거실에 초대한다. 화가 났을 때 화를 내는 이유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해라. 화가 나면 마음속 씨앗이 터지면서 왜 화가 나는지 알려준다.
화내는 이유. 자신이 화가 나는 이유를 알게 되면 해결방법도 그 속에 있다.
화가 났을 때 화의 씨앗 속에서 화가 난 이유를 찾는 것.
화에 대한 생각에 대한 놀라운 전환의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