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하지 못해 오히려 멀어지는
관계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자기표현의 꽃. '거절 '

by 남정하


가까운 사이와 형식적인 사이를 나누는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가까운 사이라 하면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이다. 불편한 감정이 생길 때 상대 기분을 생각해서 말하지 않는다면 형식적으로 아는 사이로 지낼 가능성이 높다. 상대의 말과 행동이 자극이 될 때 내 문제로 덮고 혼자 정리하고 말하지 않을 때 더 관계가 친밀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일정 거리를 두고 상대를 배려하겠다는 마음이 커지면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자연스레 사람 사이 교류하는 즐거움이 줄어든다. 가만 살펴보니 관계가 가장 친밀해지고 편안해질 때 함께 하는 기쁨과 행복감이 커진다. 가장 친밀하고 편안하려면 형식적인 사이에서 가까운 사이로 다가가야 하는데 그 관문이 나에게는 솔직한 ‘자기표현’과 ‘ 아니오 ’라고 말하는 거절이다. 불편하고 힘든 감정을 상대에게 털어놓고 그렇게 말해도 관계가 멀어지거나 불편해지지 않는다는 확인을 하고 나면 마음이 활짝 열린다. 있는 그대로 내 마음을 받아준 상대가 고맙고 어떤 말이든 오해 없이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생겨 안전하다는 편안함이 생긴다. 상대 눈치를 보거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게 되면 관계가 생동감 있어진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누리게 된다. 거절을 해도 상대가 오해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길 때 살아가는데 든든한 조력자를 둔 기분이 든다. 형식적인 사이에서 가까운 사이로 다가가는 과정에 불편한 감정에 대한 솔직한 ‘자기표현’과 ‘ 아니오 ’라고 말하는 거절 연습이 필요하다.






‘ 아니오 ’ 거절 연습은 어려서부터 순응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수학 문제 푸는데만 연습이 필요한 게 아니다. 머리로는 오만가지를 다 말하고 싶어도 정작 입 밖으로 말을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거절과 부탁은 한 쌍과도 같다. 거절을 잘하려면 반대로 부탁을 해 봐야 한다. 거절에 대해 연습을 하려면 부탁을 할 때 상대가 내 부탁을 꼭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화가 난다. 도움이 필요해서 나는 부탁할 수 있지만 상대는 언제든 거절할 수 있다. 거절하는 입장에서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들어주고 싶지만 상황이 안돼서 거절할 수 있다.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자신에게 중요하게 할 일이 있을 수 있다. 여러 가능성을 두고 부탁을 한다. 내 부탁을 들어주든 들어주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결과와 상관없이 원하는 부탁을 상대에게 요청한다. 큰 아들이 주말마다 집에 온다. 독립해서 자취를 하는데 일주일 한번 들러서 반찬이랑 먹거리를 가져간다. 아들이 주말에 집에 오면 미뤄두었던 청소, 빨래, 쓰레기 버리기를 부탁한다. 아들은 오랜만에 집에 와서 쉬고 싶은데 엄마가 허드렛일을 시킨다면서 투덜댄다. 아이들 다 키우고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집안일을 함께 나누어서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 결혼해서 집안일이 손에 익어서 남자도 집안일에 참여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아들이 도와주면 편안하고 보람이 느껴진다. 부탁할 때 이런 내 욕구 중 하나를 말한다. 그리고 “ 엄마 부탁을 들어주든 들어주지 않든 네 선택이야, 언제 할지, 얼마만큼 하고 싶은지 말해도 돼 ” 어느 날을 알았다고 집 나설 때 하겠다고 하더니 그냥 간 날도 많다. 아들에게 부탁하면서 “ 나는 집안일을 함께 하는 집 분위기를 만들고 싶고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싫다고 할 수 있다 ”는 걸 늘 떠올린다.






어떤 요청이나 부탁을 받을 때 “ 상대는 부탁할 수 있고 나 또한 거절할 수 있다 ”는 가능성을 떠올린다. 꼭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거절하기 어렵고 거절하기 어려운 관계는 가까워지기 어렵다. 당장 대답하기 어려운 부탁을 받으면 “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 하고 전화를 끊고 내 마음이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 하는지 물어본다. 우선 그 일을 할 여유가 있는지 감정을 파악한 뒤 내 역량이나 한계 밖의 요청에 정중하고 부드럽게 거절한다. 거절할 때 내가 원하는 욕구가 있다. 편안하게 휴식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어서 상대 부탁을 들어주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관계의 갈등은 흔히 상대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서, 혹은 관계가 손상될까 봐 나보다 상대의 부탁을 먼저 우선시할 때 생긴다. 거절할 때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게 뭔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대개 거절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신의 한계와 보호, 존중은 필수다. 문제는 거절 자체가 아니라 거절하는 태도 때문에 생긴다. 상대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을 표현하는 방법이 솔직한 ‘자기표현법’이다. 시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 김장철이라 너희 김장도 좀 도와주고 손주들도 보고 싶어 너네 집에 가고 싶은데 괜찮냐? 애들 본지 오래되고 너네가 내려오기 힘드니까 우리가 올라가서 일주일쯤 지내고 오려 싶은데 ” 한다면 어떻게 거절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을까?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잠시 후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하면서 끊는다. 전화를 끊고 시어머니 부탁에 어떻게 답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시부모님이 올라와서 일주일 보낼 동안 함께 지낼 마음의 여유가 되는지, 물리적으로 시간이 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어떤지, 시어머님 부탁을 어제 어떻게 들어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본다. 남편이랑 사이가 좋다면 의논해 보는 것도 좋다. 거절에 대한 마음을 살펴본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되지 않고 이번 김장은 건너뛰어서 김치를 사 먹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전화를 한다.


우선 시어머니가 아들 집에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을 공감한다, “ 어머님, 김장철이라 김장을 혼자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돼서 도와주고 싶어서 전화하셨네요. 손주들 본지 오래돼서 보고 싶은 마음이 크시겠어요 ” 전화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덧 붙이고 정중하고 편안하게 거절 표현을 한다. “ 제가 이번 김장은 일이 많아서 건너뛰려고 했어요. 아이 유치원에서 김장하기 행사가 있어서 참여해서 밖에서 하려고요. ” 김장은 올해 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전하고 손주들 보고 싶어 하는 시어머님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하면 거절 연습이 되지 않을까 한다. 거절을 할 때는 머뭇거리거나 눈치 보지 않고 말한다. 시어머님에 대한 거절이 아니라 김장 담그지 않기로 한 결정에 대한 표현이니 자신 있게 거절을 표현해야 서로 오해가 없다.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정중하고 명료하게 말할수록 상대가 수긍하게 편하다. 시어머니를 실망시킬 것을 염려해서 너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시어머니 존재에 대한 거절로 오해할 수 있다. 쿨하게 말한다는 말은 감정보다 상황을 상대에게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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