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자기표현의 꽃, 거절
자녀가 " 싫어요 " 할 때 화가 나면 엄마 자신에게 화의 원인이 있다. 이런 말인데 엄마 문제라고 표현하려니 과한 것 같아 잠시 주춤하게 된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상대의 말이 불편해지거나 화가 날 경우 이를 ‘충족되지 않은 비극적인 표현’이라고 이해한다. 무슨 말이냐면 듣는 사람이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녀, 혹은 가족이 들어주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자녀가 “ 싫어요 ”라고 대답했는데 엄마가 화가 난다면 엄마가 원하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화가 나는 것이지 자녀가 “ 싫다 ”라고 거절해서가 아니란 얘기다. “싫다”라고 말하는 자녀에게도 거절하는 이유, 자녀가 원하는 욕구가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부모 자녀 사이라도 서로 원하는 욕구가 언제든 다를 수 있고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를 때 부모 의견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면 자녀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가까운 가족 사이에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고 맞추어 주는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서로 비슷한 성 향고 취향을 갖고 행동의 동기가 유사하다면 욕구가 잘 맞는다는 건 친밀함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문제는 누가 누구에게 관계의 평화를 위해 맞히며 산다면 한쪽은 자신의 욕구를 늘 억눌러야 해서 상호적인 관계일 수 없다. 1 boon 독심술이란 분의 블로그 글에 나온 내용이다. 유독 한국인들이 자주 이런 대답을 많이 한다. “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 1위 ” 거절 못하는 성격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고 산일. 부모 뜻대로 사느라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한 일. 다른 사람 말 들어주느라 정작 자신이 힘들 때 혼자 외로왔던 일. 내 인생보다 타인의 기대 충족이 먼저였던 일이라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가 많았는데 좋고 싫고 기쁘고 슬픈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누르는 사람이 많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칠까 봐 걱정돼서 거절 못하고, 표현하면 상대와 멀어지거나 소외될까 봐 “ yes " 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한다, ” 하나의 큰 일은 우리를 죽이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이 실망할까 봐 두려워 저 절하지 못한 수천 개의 작은 의무가 우리를 죽게 한다 “
비폭력대화에서는 상대가 부탁을 들어줘야만 대화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화의 목적은 상대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거절할 때 단절로 생각하지 않는다.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자신이 돌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듣는다. 예를 들어 평소 자주 만나 서로 일상을 편안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한 친구 사이이다. 고민 있을 때 연락하면 언제든 달려와주고 힘들 때 귀 기울여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어느 날 집안일이 있어 외출 준비하고 있는데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한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화를 자주 하는 친구가 아니라 거절하기 힘들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일 취소하고 당장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다. “ 비폭력 대화에서는 ” 할 수 없어요 “ ” 다른 일정이 있어요 “ ” 시간이 안돼요 “를 말하거나 들을 때 거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일이 있음을 알리는 또 다른 욕구의 표현으로 본다. 우리는 때로 마음이 약해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상대가 실망하거나 화를 낼까 봐, 관계가 단절될까 봐 거절하지 못하면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그렇게 솔직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대에 맞추면서 솔직하게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을 숨긴다. 기꺼이 마음을 다해 친구를 위해 시간을 내지 못하고 상대 기대에 맞춰 시간을 낼 때 마음이 불편하다. 진심을 다해 상대를 위하는 일이 아니라면 자신에게,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거절을 하지 못해 ” YES "를 말하더라도 진심에서 나온 “ YES "가 아니라면 즐겁고 진정한 인간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거절은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존중하는 솔직한 표현이다. 자신을 위한 표현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거절이기도 하다. 내가 상대에게 거절을 말하고 듣는 일이 자유로우면 상대의 거절을 흔쾌히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거절을 해도 괜찮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에 대한 거절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마음이 생기면 진정으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길이 열린다.
남편에게 부탁했는데 거절해서 화가 난다. 그렇다면 화가 나는 원인이 나에게 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원하는 욕구 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원했던 욕구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했음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 당신은 회사 일로 머리가 복잡해서 집에서 쉬고 싶었는데 집안일 해달라고 해서 귀찮고 짜증 났겠어."
남편이 거절한 이유는 편안하게 휴식하고 싶었던 거다. 우리는 언제든지 상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고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부탁을 상대가 들어줄 수 있고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 상대의 부탁을 꼭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과는 편안하고 원활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비폭력대화에서 거절은 상대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욕구를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연결을 의미한다. 우리가 “ NO "를 해서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기로 션택했더라도 우리의 위도는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지금은 부탁을 들어주기 힘들지만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거절을 할 때 자신이 원하는 욕구와 연결하고 상대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만 지금 나에게 중요하게 원하는 일이 있어서 힘들다고 표현한다. 상대가 부탁할 때 어떤 걸 원해서 하는 말인지 마음으로 연결하고 공감한다. 원하는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아쉽고 서운하다는 표현을 함께 한다. 언제든지 다음 기회에 도울 수 있으면 돕겠다는 마음을 표현한다. 상대가 거절했는데 들어주지 못하면 마음으로 무척 아쉽다. 거절을 상대가 들어줄 때 고마워서 다음 기회에 흔쾌히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거절을 해도 안전하고 편안한 관계임을 확인하고 나면 훨씬 가깝고 친밀한 사이로 나아갈 수 있다.
자녀를 다 키우고 밥이 너무 하기 싫어 짜증을 제대로 낸 적이 많다. 남편과 아이들은 밥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언제든지 늦게 들어와도 괜찮고 자신들이 밥을 해결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밥을 하변서 짜증이 났던 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겹이 켜켜이 쌓였는데 그래도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거절하지 못했다. 거절하지 못하면서 짜증내고 화내는 일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부담이었을지 나중에 알게 됐다. 밥 하기를 거절하고 싶었던 욕구는 자유로움, 홀가분함이었다. 스스로 밥을 챙겨 먹도록 자율성과 독립이 필요했는데 내가 거절하지 못했던 거다. 밥 세깨 차리는 일에 대해 해야만 한다는 책임감, 엄마 역할에 대한 의무감이 있었다.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나에게 있었다. 내가 밥하기를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하면서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더 큰 갈등의 원인이었다. 밥 세끼에 대한 거절은 가족들에게도 ‘자유로움, 홀가분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볼일 보고 돌아오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를 즐거운 마음으로 챙겨 먹었다, 설거지까지 돌아가면서 싹 치워놓아서 흐뭇했다.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 YES "하는 모든 행위들을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거절은 자신에 대한 보호와 돌봄, 자기 존중, 자기 사랑이다. 내가 나를 위해 거절해야 할 소중한 이유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 대한 보호와 존중, 사랑을 맡기고 기대하는 일만큼 불안정한 일이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