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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Sep 25. 2020

가까운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거절하기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자기표현의 꽃, 거절


점점 갈수록 거절을 잘하고 있다. 거절 연습을 자주 걸려오는 금융상품 가입 권유 전화, 혹은 카드회사 연계한 보험상품 가입 권유 전화를 통해 한다. 처음에는 상대가 무안할까 봐 길게 들어준다. 일단 다 듣고 다른 상품에 가입할 여력이 없다고 거절했다. 이렇게 했더니 내가 상품에 관심이 있는데 여력이 없어 망설인다고 오해하고는 계속 말을 걸어서 끊기 힘들었다. 요즘은 상황을 말한다. “ 제가 지하철이라 통화하기 힘들어요” “ 운전 중이라 내비게이션 사용 중입니다 ” “ 금융상품에 관심이 없어요 ” 전화를 받고 상대를 배려하느라 1분 정도 들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들을 의사가 없으면 안내하기 시작할 때 끊고 들어가서 거절 표현을 한다. “ 제가 지금 전화받을 상황이 못돼서 통화가 어려워요 ” 아무 관계없는 공적인 관계는 오히려 정중하면서 단호한 거절이 서로에게 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는 배려가 오히려 서로 피곤할 수 있다. 일로 얽힌 사회적인 관계도 정중하고 단호한 거절이 편한 것 같다. 거절하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하고 다른 사람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피로감을 만든다. 거절하면서도 감정이 남고 부탁을 들어주면서도 감정이 남을 수 있다. 거절을 표현할 때 말하고 나서 내가 편안하고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면 괜찮다. 거절에 대해 상대가 불편해하고 나에 대해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건 내가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다. 공적인 관계에서 거절은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도 단호할수록 좋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거절이 문제다, 일하는 직장에서 동료 혹은 상사와 관계에서 거절은 굉장히 신경 쓰이고 민감하게 작용한다.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가 말한다. “ 내일 아침에 전화해서 아파서 못 나온다고 할 거거든. 혹시 팀장이 물어보면 심하게 감기가 걸려서 아파서 못 나온다고 말해줄래?” 하면서 부탁한다. 평소 아프다고 회사 결근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동료는 이 부탁을 받고 고민하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혹시 팀장에게 잘못 얘기했다가 거짓말한 게 탄로가 나면 입장이 곤란해질게 뻔하다. 아프다고 결근하는 사람보다 더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한다. 이럴 때 어떻게 거절을 표현할 수 있을까?

먼저 동료의 상황이 어떤지 생각해 본다. 대신 말해줘야 할 정도로 급한 사정이 있는지 살피고 동료를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만약 거절한다면 관계가 틀어질 것 같은지, 관계가 틀어질 게 염려돼서 동료 부탁을 들어줄 건지 선택한다. 거절할 마음이 있다면 거절하고자 할 때 자신이 원하는 욕구 떠올려본다. 내 경우, 중간에서 신경 쓰는데 에너지를 써야 해서 힘들다. 편안하고 싶다. 거짓말해서 팀장을 속인다는 죄책감이 든다. 진정성, 진실하게 행동하고 싶다. 동료와 친하지만 이런 방식이 원하는 동료애와 우정이 아니다. 솔직하게 사정 이야기하고 팀장에게 양해를 구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신의 느낌, 생각, 욕구를 점검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동료에게 전화가 온다. 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 때문에 아프다고 회사 결근하는 동료를 공감한다. 그리고 말한다. “ 사정을 듣고 대신 도움을 주고 싶은데  아프다고 거짓말하는 게 부담스러워. 밤새 팀장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을 설쳤더니 머리가 아파. 미안한데 직접 팀장한테 이야기하면 어떨까? 말하고 나서 계속 팀장 눈치 보여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거절하는 이유를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기반으로 표현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하는 거절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과 관계에서 표현하지 않을 때 두고두고 불편함이 커진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대에 대한 좌절과 실망이 분노로 쌓이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가까운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은 감정적인 대응이나 상대에 대해 비난하는 말 때문에 생긴다. 남편은 화가 나면 말을 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화가 다 풀린 뒤에 말하기 때문에 언제 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 잘 모르고 지나간다.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속으로 분노를 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대체로 대답이 짧아지고 퇴근하는 시간이 늦어진다. 집에 들어오면 눈을 맞추지 않고 간단한 인사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남편도 힘들겠지만 매번 반복되는 행동에 나도 힘들다, 그럴 때 “ 뭐 그만한 일로 그렇게 사람이 쪼잔하게 행동해? 말을 해야지 알지.” 이렇게 말하면 남편은 마음의 빗장을 닫게 된다. “ 당신이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불편한 감정이 있나 봐, 미처 알아차리고 배려하지 못해 미안한데 무슨 일 때문인지 알려줄 수 있어? ” 자기표현에 상대를 가르치거나 고치려고 하는 말투가 담겨있으면 관계는 더 멀어진다. 불편함이나 불쾌감을 빼고 말한다. 감정조절이 안된 상태에서 말하면 서로에게 이로울 게 없다. 때에 따라서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상대의 어떤 행동과 말이 자극이 되었고, 그때 자신의 느낌이 어땠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적어본다. 뭐라고 말할지 말하듯이 대화를 적어 시나리오를 만들어 여러 차례 읽어보는 것도 자기표현에 도움이 된다. 상대가 기분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대화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 미안해, 사실 그럴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당신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도 비난받은 느낌이 들 것 같아. 당신 마음을 더 헤아렸어야 하는 건데 ” 상대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공감한다. 진심으로 공감해야 상대 마음이 풀어질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끼리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이 있을 거다. 그럴 때 감정적으로 말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 당신이 그렇게 말할 때 신경 쓰이고 불편해 ”라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사실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은 행동이지만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어떨 때 마음이 아픈지 표현해야 상대가 조심할 수 있다. 한두 번 말한다고 고쳐지면 좋겠지만 습관적으로 반복할 때도 있다. 얼굴 붉히고 화를 내면서 말하면 관계만 나빠진다. “ 같이 가고 싶지만 또 싸울까 봐 조심스러워,” 거절할 때도 마찬가지다. "함께 가고 싶지만 혼자 쉬고 싶어서 오늘을 혼자 시댁 다녀왔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다. 욕구를 꼭 넣어서 표현한다. 그래야 오해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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