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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Oct 03. 2020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행복하다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자기 표현의 꽃, 거절


블로그에 올린 글에 '공감해요'를 눌러준 다른 분 블로그를 우연히 들렀다. 거기 마음에 쏙 드는 글이 있어 인용한다. 2019년 골든 그로브 여우주연상을 탄 '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 수상 소감이다. 골든 그로브 5번째 후보 지정에 한 번도 상을 타본 적 없는 상복 없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글렌은 14년 동안에 걸쳐 제작된 이 영화 내면 연기를 위해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인생 전부를 바친 어머니를 생각했다. 80세인 어머니가 " 난 아무것도 성취한 게 없어"라고 말했다. " 그건 옳지 않아요. 그동안 제가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은 여성들, 우리는 양육자라는 것입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들이죠. 우리에게 운이 좋다면 아이들이 있을 수 있고 남편이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우리도 개인적인 성취를 찾아야만 해요. 우리도 꿈을 찾고 도전해야 해요." 우리가 스스로에게 " 넌 할 수 있어. 마땅히 그래야만 해! "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첫 주연상을 탄 글렌 클로즈 수상 소감이다. 





우연히 들른 블로그에서 " 엄마도 거절이 필요한 바로 그 이유"를 발견했다.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다. 자기표현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여성들, 우리는 양육자입니다.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들이죠" 여성이자 엄마인 부모가, 양육자, 돌보는 역할을 해 내느라 온통 자녀의 기대, 가족의 기대에 맞추면서 산다. 엄마 자신이 자기표현에 서툴고 막혀있으니 자녀의 솔직한 자기표현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감당할 힘이 없다. ~ 해야만 해! 에 길들여진 어린 시절 동안 따르든, 반항하든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다. 반항할 용기가 없어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살아왔다. 어쩌다 부모에게 신경질 보태 힘들다고 말하면 여지없이 호통과 잔소리가 돌아온다. 아들 삼 형제 중 막내인 남편을 시어머님은 가장 편안해한다. 팔순이 넘으시더니 아예 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 더 늙으면 막내랑 살 거라고 가족들에게 공공연히 말하더니 요즘은 자주 집에 들른다. 막내아들 착한 며느리인 수강생은 요즘 부쩍 마음이 무겁다. 연로한 시어머님이 막내며느리를 가장 편하게 대하는 건 좋은데 수시로 부른다. 착한 며느리로 살아온 수강생은 싫어도 싫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는 사실도 충격이다.





힘들어도 괜찮은 것처럼 행동한 자신에게 이제 표현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직장 생활하다 둘째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둔 젊은 엄마는 그동안 소홀했던 육아에 온 정성을 다하느라 기진맥진이다. 아이 애착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니 잘  살피라는 전문가 조언을 듣고 더 신경이 쓰인다. 큰 아이는 쓰레기 버리러 나간 동안도  잠시 혼자 떨어져 있지 않는다. 저녁 먹고 한숨 놓으려고 하는 순간, 아이가 스무 번도 더 읽어준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보챈다. 속으로 짜증이 나지만 참고 책을 읽어준다. 아이 정서가 안정되려면 남의 손에 키운 시간 두 배쯤 걸리니 욕심 갖지 말고 충분히 받아주라고 한다. 책 읽어주면서 일하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다. 시부모님이랑 살고 있는 연주 엄마는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시부모님이랑 사는 탓에 주말은 무조건 밖에 나가 야외활동을 한다. 남편은 그런 자신을 잘 이해 하주고 집안일을 자주 거들어준다. 밥 세 끼는 집에서 집 밥으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연주 엄마는 주말 야외에 나갔다 돌아오면 힘이 두 배로 든다. 아이들 숙제 챙기랴 밀린 집안일 하랴 매 끼니 밥해서 건강한 밥상으로 차리느라 몸이 둘이라도 모자란다. 가끔 외식하자고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외식보다는 남편이 식사 후 제때 설거지를 해줄 때 도움이 된다. 외출해서 돌아와 후다닥 챙겨 먹고 남편한테 설거지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yes 한다. 맘 편하게 쉬려고 하는데 남편이 대답은 시원하게 해 놓고 TV 앞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설거지 언제 할 거냐고 물었더니 알았다고만 한다. 연주 엄마는 그럴 바에는 자신이 하는 게 속 편하다고 지금 해달라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 조금만 기다려. 이게 보고할 게 " 한다. 하루 잘 지내고 저녁까지 맛있게 먹었는데 남편의 행동을 보고 속이 부글부글 한다. " 기다렸다 했으면 내가 했지! 그걸 왜 부탁했겠냐고요? "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착한 며느리. 좋은 아내, 착한 며느리는 뭐 대충 넘겨도 되지만 좋은 엄마는 절대 놓을 수 없다. ~ 해야만 해! 과도한 완벽주의에 길들여진 엄마들은 개미처럼 정말 부지런하게 산다. 가정과 일을 함께 해내는 워킹맘뿐 아니라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전업주부들이 더 바쁜 세상이다. 일개미 엄마들의 일상이다. 너무 지쳐 쉬고 싶을 때 아이가 " 엄마! " 하고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벌떡 일으켜 세워진다. 쉬고 있을 때도 "쌓여 있는 집안일, 챙겨야 할 아이 과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완벽주의자로 살지 않으면 양심이 들고일어난다. 죄책감, 미안함이 계속 자신을 점검하고 ~ 해야 해! 마음속에서 명령한다. 좋은 엄마 노릇은 가족의 돌봄과 편안함을 위해 거절하길 허락하지 않는다.  길들여져 왔다. 자기표현은 가정을 잘 돌보지 않는 이기적인 여성의 목소리이다. 헌신과 희생이 인생 최고의 보람이었던 우리들 어머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난 저렇게 살지 않을 거야! 자식을 위해 헌신하지 않을 거야! 마음먹지만 마음속 목소리가 엄마들을 옭아맨다. 죄책감, 엄마의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할 때까지 양심의 알람 소리가 울린다.  여성, 엄마들의 자기표현 " NO "는 이 목소리에 거절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 해야 해! 에 NO 할 수 있을 때 자녀들의 거절을 엄마 존재에 대한 거절로 듣지 않을 수 있다. 거절 뒤에 아이가 원하는 게 있을 거라는 순수한 호기심을 발동하면서 들을 수 있다. " 엄마도 거절이 필요하다 " 정말 화내지 않는 좋은 엄마가 되려면 거절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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